장한나 "지휘도 첼로도 결국은 음악이다"

12월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
2년만에 지휘봉 내리고 독주회 가져
  • 등록 2011-11-28 오후 6:52:54

    수정 2011-11-28 오후 7:15:36

▲ 첼리스트 장한나(사진=크레디아)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장한나가 모처럼 첼리스트로 고국의 청중 앞에 선다. 브람스 독주회 이후 첼로 연주로 국내 무대에 오르긴 2년만이다. 장한나는 최근 2~3년간 지휘봉을 잡고 오케스트라 지휘에 더 중점을 두는 듯이 보였다. 그렇지만 장한나는 7세 이후부터 첼로와 늘 일심동체였다. 하루도 빠짐없이 연습했다. 사람들이 그 사실을 잊을 뿐이었다.

장한나가 오는 12월8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2년만의 첼로 리사이틀을 앞두고 28일 오전 서울 소공로 플라자호텔에서 리사이틀 파트너인 피닌 콜린스와 함께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첼리스트와 지휘자 두 역할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또한 만 서른을 목전에 둔 장한나의 미래를 궁금해 하는 질문도 있었다. 물론 이번 리사이틀의 특징에 대한 질문도 빠지지 않았다. 장한나는 어떤 질문에도 마치 예상하고 있었던 듯 막힘없이 자세히 답했다. 

장한나가 짧게 답한 질문은 이것뿐이었다. "연주와 지휘, 이제 남은 것은 작곡인데 작곡도 하겠는가?" 

"아니다. 하하하. 작곡은 정말로 머릿속에서 새로운 멜로디가(들려야 하는데)…. 전혀 안 들려서 아직은 그런 계획 없다." 장한나는 쑥스러운 듯 몇 초간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었다.

다음은 장한나와의 일문일답.

-2년 전 첼로연주회 때는 브람스를 했다. 그때는 정통 클래식이란 느낌이 들었는데 이번에 탱고, 라틴계 곡들이 들어가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2년 전에는 브람스가 남긴 첼로 곡을 통해 브람스 한 사람의 음악세계만 깊이 느껴 보려 했다. 이번에는 음악을 하지 않는 청중과 우리가 공통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뭘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결론은 노래였다.

누구나 아주 어릴 때부터 노래를 흥얼거리지 않던가. 노래와 음악은 동물들에게 주어지지 않는 인간에게만 주어진 혜택이자 특혜였다. 어떤 클래식 노래가 좋을까 생각하다보니 라흐마니노프였다. 노래하면 가사가 있어야 하는데 가사가 없이 흥얼거리는 노래를 하기로 했다.

가사가 없지만 노래란 클래식 음악의 가장 본질적인 성격이었다. 라흐마니노프가 첼로를 위해서 하나의 첼로 소나타를 남겼다. 라흐마니노프가 첼로 소나타에는 우주적인 소리가 압축되어 있다. 소나타 성격 그대로 첼로와 피아노로 표현하려 한다. 라흐마니노프 특유의 아픈 데를 찌르는 매력적인 곡이고 훌륭한 첼로 소나타 중 하나라 생각한다.

연주회 후반에는 스페인의 데 파야가 쓴 7개의 민속 노래들을 택했다. 데 파야의 곡은 한국 정서와 맞는 부분이 있다. 또 데 파야가 이상야릇한 화음을 쓰는데 이를 라흐마니노프와 비교해보면 재미있을 것이다.

피아졸라의 그랜드 탱고는 피아노를 맡은 피닌 콜린스와 함께 2007년 스페인 투어에서 처음 연주한 프로그램이다. 탱고는 춤이 있기 전에 탱고라는 리듬이 있었고 리듬이 있기 전에 리듬으로 표현해야 하는 평민들의 아픔이 있었다. 피아졸라의 곡을 연주하면 몸을 흔들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음악은 우리의 감정들과 호소력이 담겨있는 표현을 할 때 쓰는 유니버설한 언어라 생각한다. 이게 내가 생각하는 프로그램 서클이다.

-지휘자로서의 경험이 첼로 연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음악이 굉장히 광범위하다는 걸 느끼게 됐다. 연주만 하다보면 제한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예를 들어 브람스가 첼로를 위해 쓴 작품이 적다. 협주곡은 쓰지 않았다. 브람스의 첼로곡으로 그를 바라본 것과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알게 된 브람스는 달랐다.

덕분에 실내악인 챔버 뮤직에서도 오케스트라를 지휘할 때 듣는 웅장한 소리를, 커다란 우주를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게 내 음악인생에 큰 균형감각을 준 듯하다. 특히나 첼로를 연주할 때 직접 소리를 만들며 느끼는 소리의 색을 오케스트라에서 내려고 할 때가 있다.   
▲ 장한나와 리사이틀 파트너 피닌 콜린스(사진=크레디아)
-룰 모델을 꼽는다면.  

▲룰 모델은 번스타인이다. 타계한 지 몇 십년이 흘렀고 직접 뵌 적은 없었지만 그의 해설, 지휘, 강의를 책이나 DVD 등으로 접했을 때 정말로 아낌없이 나누어주는 음악가가 여기 있구나라고 감탄했다. 번스타인은 열정을 담아 음악에 대한 사랑을 아무런 제한 없이 청중과 나눴다. 클래식이란 테두리를 확장해가며 음악을 나눈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걸 보여줬다.

그래서 나 역시 클래식 음악을 나누고 싶다고 늘 생각했다. 첫 번째 대상은 음악을 전공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수많은 청소년들이다. 그들은 대개 자신의 음악만 갈고 닦는다. 그 친구들에게 베토벤이나 말러 등의 교향곡을 함께 연주하며 왜 음악가가 되려고 했는지 기억나도록 하고 싶다. 내가 지휘한 앱솔루트 클래식 페스티벌이 그 예다. 오디션을 통과한 젊은 친구들과 3주동안 1주일 연습하고 1회 공연하는 것이 무척 좋았다.

두 번째는 음악을 안 하는 청소년들이다. 그들에게 내가 클래식 음악을 즐길 수 있는 통로가 되고 싶다. 음악하는 청소년들을 더욱 더 격려하고 육성하는 것과 동시에 음악을 하지 않는 청소년들에게도 어떻게 하면 클래식을 쉽게 전하고 그것을 즐기게 할 수 있을지를 늘 고민 중이다.

-삼십대를 앞둔 시점에서 연주자와 지휘자 사이의 길에 어디에 더 치중할 것인가. 또 이십대와 십대를 돌아봤을 때 후회하는 일은 없나.  

▲사람들이 보기에 지휘자와 연주자는 별개의 것처럼 보이기 쉬운 것 같다. 그러나 잘 모르겠다. 두 가지를 하다 보니 지휘를 하는 것도 첼로를 하는 것도 음악이다. 나는 그게 쉽게 바뀐다.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것은 지휘자가 첼로 연주보다 할 수 있는 것이 더 많다는 거다. 나만의 연습이 아니라 다른 음악가와 순간순간 주고받으며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 가게 한다. 그 과정이 아주 행복하다. 그래서 밖에서 보기에 `지휘에 더 치중하고 있구나`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십대, 이십대를 돌이켜 보면 시간에 대한 후회가 많다. `조금이라도 더 어렸을 때 더 공부할 걸` 하는 후회가 든다. 철학, 문학, 심리학 등 인류가 남긴 유산들을 공부하면 할수록, 파면 팔수록 깊고 끝이 없다는 게 느껴진다.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걸`이란 생각이 많이 든다. 앞으로 30대가 되면 더 열심히 공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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