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이 손뗀 하이닉스..시장의 세가지 우려

①새주인 찾기 잘될까…"쉽지 않을듯"
②유상증자해야 될까…"당분간 없을듯"
③블록세일하지 않을까…"최후수단될듯"
  • 등록 2009-11-12 오후 2:53:45

    수정 2009-11-12 오후 2:53:45

[이데일리 이정훈기자] 효성이 인수의사를 공식 철회하면서 하이닉스반도체(000660)를 둘러싼 우려가 한풀 꺾였다. 자금조달 능력이 의심스럽고 시너지도 없어 보이는 효성이 떨어져 나간 게 반갑다는 시장반응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도 잠시, 벌써 하이닉스에 대한 몇가지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늘상 걱정을 먹고 사는 게 시장이라지만, 너무 앞서가는 모습이다.

하이닉스에 대한 시장 우려와 그에 대한 전문가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①새 주인 찾기는 잘 될까?

효성이 하이닉스 인수의사를 철회하자 자연스럽게 "효성이 아니어서 다행이긴 한데, 새로운 주인을 찾는 게 가능할까"하는 생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9월 첫 입찰에서 하이닉스를 인수할 의지가 있다고 나선 기업은 효성 뿐이었다. 이렇게 국내 기업들의 관심이 적은 만큼 시장에서 우려하는 대로 매각 일정은 한참 늦춰질 수 있어 보인다.

그렇다고 해외로 매각하는 것도 쉽지 않다. 워낙 덩치가 커 인수여력이 있는 기업도 거의 없는데다 메모리반도체 경기가 내년까지는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터라 싸게 인수할 명분도 없기 때문이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해외 매각이 하나의 방법일 수 있지만 사실 전세계를 통틀어도 중국 기업들을 빼곤 희망자가 없을 것"이라며 "그렇다고 누가 중국에 하이닉스를 넘기려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게다가 이미 시장에 대우건설과 대우인터내셔널, 대우조선해양, 현대건설 등 대형 M&A 물건들이 쏟아지고 있어 국내에서 하이닉스를 인수할 수 있는 기업을 찾기는 더 어려워 보인다.

다만 이런 일정 지연 자체를 악재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하이닉스가 연말까지 현금성 자산을 1조5000억원이나 확보하고 있는데다 업황 전망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조급해야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또 이번 효성의 인수추진 과정에서 채권단 지분 일부만 인수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기 때문에 나중에 재매각할 때 복수의 후보기업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생겨난 셈이다.

②유상증자 하지 않을까?

주식시장에 관심있는 투자자라면 하이닉스에 대해 가장 우려하는 것 중 하나가 유상증자라는 것쯤은 안다. 불황기때 운영자금과 설비투자 자금 조달을 위해 실시한 증자가 일종의 트라우마(정신적 상처)가 됐다.

효성이 손을 떼면서 자칫 하이닉스가 또다시 유상증자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법도 하다. 그러나 이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적어도 당분간은 전혀 걱정없다"고 잘라 말한다.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가 1조8000억원 정도 되고 감가상각비 2조4000억원, 현재 가지고 있는 현금성 자산 1조5000억원을 합치면 5조7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회사가 제시한 내년 설비투자 예상액은 1조5000억원 이상이고 차입금이 2조원 정도니까 기타 운전자금이나 이자비용 등을 다 감안해도 자금 여유는 충분하다는 얘기다.

김장열 현대증권 테크팀장은 "적어도 내년 1분기까지는 하이닉스가 유상증자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년에 반도체 업황이 갑자기 악화된다면 2~3분기쯤에나 고려해볼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특히나 현금흐름이 괜찮은, 그것도 곧 매각해야할 기업에 대해 자신들의 지분을 희석시켜 경영권 프리미엄을 떨어뜨리면서까지 무리하게 유상증자를 할 이유가 없다.

③블록세일에 나서지 않을까?

또 하나 시장이 가진 부담은 향후 매각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현재 주주협의회가 보유하고 있는 하이닉스 지분 28%를 일종의 블록딜(Block Deal) 형태로 분산 매각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사실 채권단 은행들 입장에서야 지금이라도 당장 하이닉스 주식을 팔아치우고 싶을 듯하다. 다시 매각에 나섰는데 마땅한 인수처가 안 보인다면 블록세일도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는 옵션인 것만은 분명하다.

다만 이 역시 주주협의회 내부에서 합의를 이뤄내야 하며 주주협의회를 구성 멤버들의 성격상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편이다.

무엇보다 블록세일을 위한 명분을 찾아야할텐데 내년초부터 재입찰 절차를 밟는다고 전제하면 국내외 매각 등 모든 가능한 시도를 해볼테고 그래도 안된다고 할때 쓸 수 있는 최후의 카드가 될 수 밖에 없다. 시간적으로 아주 먼 얘기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아울러 시장에서는 전체 지분을 블록세일하지 않더라도 일부만 시장에 매물화될 수 있다고도 하는데, 주주협의회 지분이 28%보다 조금만 더 낮아져도 사실상 경영권을 넘겨준다는 의미가 없어진다.

이가근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렇게 되면 채권단이 매각의 주도권을 쥘 수 없다는 얘기인지라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블록세일 부담이 당분간 없다면 하이닉스 주가는 좋아지는 펀더멘탈을 반영할 차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관련기사 ◀
☞하이닉스, 에너지절약 최우수상 수상
☞주주協 "하이닉스, 국내기업 공개입찰 재추진"
☞채권단 "하이닉스 공개입찰 재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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