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한 여야, 구의역 사고 놓고 볼썽사나운 책임공방

여야 지도부, 추모현장 방문…재발방지책 마련 다짐
與 박원순 서울시장 책임론 공세적 제기
野 박원순 언급 없이 정부여당 책임론
  • 등록 2016-06-01 오전 11:39:13

    수정 2016-06-01 오전 11:39:13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여야가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와 관련해 볼썽사나운 책임공방만을 일삼고 있다. 이번 사고의 원인은 복잡다단한 문제가 얽혀있는 사안인데 정치적 유불리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

여야는 이번 사고에 대한 후폭풍과 국민적 시선을 의식해 일제히 추모 분위기에 동참했다. 특히 지난달 31일 여야 지도부는 예정됐던 공식 일정을 취소 또는 연기하면서 사고현장을 찾았다.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지도부가 총출동해 20대 국회 첫 민생현장 행보에 나선 것도 특징이다. 여야는 서울메트로의 안전관리 대책을 비판하면서 국회 차원의 책임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다짐했다.

다만 책임소재를 놓고는 여야의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새누리당은 야권 차기주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서울시 책임론에 무게를 뒀다.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권은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여당이 국민안전 문제를 소홀히 다뤘다고 비판하면서도 ‘박원순 책임론’을 두고는 미묘한 온도차를 유지했다.

◇與, 박원순 시장 정조준…“국회서 서울시 책임 문제 반드시 지적할 것”

우선 새누리당은 서울시나 서울메트로의 관리소홀과 관련, 박원순 시장을 비판하면서 향후 당 차원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갈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전날 현장 방문에서 지난해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를 예로 들면서 “강남역 사고와 똑같이 생명을 잃었는데 그 이후 내놓은 대책과 조금도 차이가 없다”고 비판하며 “서울시와 서울메트로의 안전관리 책임은 없는지, 시민의 안전이 너무 소홀하게 다뤄지는 건 아닌지 등의 문제를 국회에서 반드시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도 본인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서울 메트로의 똑같은 사고는 세 번째”라면서 “ 서울시, 사고 날 때마다 사과하고 재발방지대책도 내놨지만 지켜지지 않았죠”라고 꼬집었다. 특히 “시장님이 쇼만 하고 일은 안하니 개선될 리가 있나요”라고 반문하면서 “박 시장님, 삼진아웃감입니다. 대선 출마 포기하고 시장직에만 전념하겠다고 선언하십시오”라고 촉구했다.

◇野, 정부여당 책임론…“생명안전업무 비정규직화 조장”

반면 야당의 시각은 달랐다. 잠재적 차기주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보다는 정부여당 책임론을 강조했다.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는 1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국민안전 문제는 최근 스크린도어 문제를 보면 정부가 과연 제대로 국민의 안전과 모든 문제들에 대해서 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느냐는 의심을 금할 길이 없다”며 “현재 대통령이 해외순방으로 부재 중인데 과연 총리실은 이런 때에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다시 말해서 정부의 컨트롤 타워가 없는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송화 부대변인은 “지하철 안전 관련 사고의 근본 문제는 경영 효율을 핑계로 안전업무를 외주화한 것”이라고 꼬집고 “더민주는 19대 국회에서 발의했던 ‘생명안전업무 종사자의 직접고용 등에 관한 법률안’,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등을 재추진하는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철수 대표의 실언으로 곤혹을 겪은 국민의당은 1일 ‘구의역 스크린도어 청년근로자 사망사고대책특위’를 구성했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19대 국회에서 재발방지대책 중 하나로 생명안전업무 종사자에 대한 정규직 고용의무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률안을 논의했지만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의 반대로 폐기되고 말았다”면서 “19세 비정규직 청년이 스크린도어 수리를 하다 사망한 사고는 생명안전업무의 비정규직화를 조장해온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 책임이 크다”고 주장했다. 앞서 박지원 원내대표는 전날 현장 방문에서 “세월호 이후 안전문제가 전국적으로 대두됐을 때, 그래도 서울시만은 괜찮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는데 완전히 배신감으로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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