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백남기 사인 '병사' 입장 불변..유족 측 "어이없다"격앙(종합)

특조위, '외인사'지만 기존 입장 못 고쳐
"사망진단서 작성 문제 인정..'외압'은 없어"주장
이윤성 위원장, "나라면 ‘외인사’ 기재"
대책위 "모든 책임 주치의에 덮어씌운 것"…부검 거부 재차 강조
  • 등록 2016-10-03 오후 10:10:52

    수정 2016-10-03 오후 10:11:55

고(故) 농민 백남기씨의 주치의인 백선하(오른쪽)교수가 3일 오후 5시 30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에서 열린 ‘백씨 사망진단서 논란에 대한 서울대병원 특별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사망진단서 작성 경위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외인사’지만 ‘병사’라는 기존 입장을 고칠 수는 없다.”

고(故) 농민 백남기씨의 사망진단서 논란과 관련, 서울대병원·서울대의과대학 합동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3일 어정쩡한 결론을 내리면서 사회적 혼란이 커지고 있다. 특조위는 또 사망진단서가 일반적인 작성 형태와 다른 것은 사실이지만 내용과 작성 경위 등에서 ‘외압’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검경과 유족 측이 대립하고 있는 부검 필요성에 대해서는 “의학적으로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대 특위, 어정쩡한 결론으로 혼란 가중…사망진단서 지침 어겼지만 ‘외압’ 없어

이윤성 특조위 위원장(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국가생명윤리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 서성환홀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담당 교수(주치의)가 일반적인 사망진단서 작성 지침과 다르게 작성했음을 확인했지만 주치의로서 헌신적 진료를 시행했고 임상적으로 특수한 상황에 대해 진정성을 가지고 작성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사망진단서에 사망 원인을 기록할 때 심장마비·호흡부전·심폐정지와 같은 사망에 수반된 징후는 기록하지 않지만 주치의의 진정성을 믿는다는 얘기다. 이 위원장은 또 “담당 의사에게 어떠한 외압이나 강요는 없었고 오로지 자신의 의학적 판단에 따랐으며 사망진단서는 담당 교수의 지시에 따라 담당 전공의가 작성했음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그러나 서울대병원 측의 기존 입장과는 다른 의견을 내놨다. 그는 “원 사인이 급성경막하출혈이면 환자가 어떻게 죽었든 ‘외인사’로 표현해야 한다는 것은 지침에 나온 내용”이라며 “나라면 ‘외인사’로 기재했을 것”이라고 소견을 밝혔다. 하지만 “사망진단서 작성은 병원이 아닌 의사 개인이 작성하는 것으로 비평할 순 있지만 이래라 저래라 강요할 순 없다”고 말했다.

부검의 필요성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변사의 경우 부검 결정은 검사가 하고 법원의 영장 발부에 의해 시행할 수 있다”며 “부검은 의학적으로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라고만 답했다.

주치의 “적절한 치료받고 사망했으면 ‘외인사’ 표기”

기자회견에는 직접 참석한 주치의 백선하 교수는 이에 대해 “지난 7월 (고 백남기씨에게)급성신부전이 발생했을 때 환자의 가족분들이 적극적인 치료를 원치 않아 체외 투석 등 치료를 시행하지 못했다”며 “이런 이유 때문에 사인을 병사로 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 교수는 또 “만약 경막하출혈 후 적절한 최선의 치료를 시행받았는데도 사망을 하게 됐다면 사망 종류를 외인사로 표기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혼수 상태에 빠졌던 백남기씨는 317일 만인 지난달 25일 끝내 숨졌다. 백씨의 사망진단서에는 사망 종류가 ‘외인사’나 ‘기타 불상’이 아닌 ‘병사’로 적혔다. 직접 사인은 ‘심폐기능정지’로, 선행사인과 중간선행사인은 각각 ‘급성경막하출혈’과 ‘급성신부전증’으로 기재됐다.

공식 사인 발표 이후 유족·시민단체의 반발뿐 아니라 의료계에서도 논란이 일자 서울대병원은 14일 국정감사에서 해명하겠다는 계획을 앞당겨 특조위를 구성해 사인 재논의에 착수했다. 이날 긴급 기자회견까지 열어 논란 종식 시키기에 나섰지만, 어느 것 하나 명쾌한 입장을 내놓지 않아 혼란만 더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故) 농민 백남기씨의 딸 백도라지씨가 3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서울대병원 특위가 “백씨의 사망진단서의 사망종류는 ‘병사’”라고 재확인한 한 발표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백남기 투쟁본부, “이럴거면 특위는 왜”격앙…‘외압’ 의혹 제기도

유족 등 백남기 투쟁본부는 서울대병원 특조위의 발표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고인의 장녀 백도라지씨는 기자회견에서 “이례적으로 특조위를 구성했지만 결국 병원의 입장은 ‘병사’임을 못 박은 것”이라며 “정말 어이없는 일이다”고 비판했다. 이보라 녹색병원내과 과장은 “백 교수는 ‘유가족들이 투석을 거부해서 백남기씨가 사망했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는데 매우 안타깝다”며 “후배 의대생들은 성명을 통해 ‘전문가란 오류를 범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오류를 범했을 때 그것을 올바로 잡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는데 백 교수는 끝까지 수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경일 전 서울시립동부병원 원장은 “병원 측은 이번 기자회견에서 ‘서울대병원은 책임이 없고 전적으로 백 교수가 만든 작품’이라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투쟁본부는 또 사인을 ‘병사’로 하기 위한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투쟁본부는 △애초 병원 측이 수술을 거부했다가 백 교수가 급히 진행한 점 △의식 회복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연명치료를 강조한 점 △담당 교수 외 진료부원장과 환자 상태를 지속적으로 논의한 점 △사건 발생 당시 혜화경찰서 서장이 병원 측에 치료를 부탁한 점 등을 그 근거로 들었다. 투쟁본부는 이를 증명할 자료로 백 교수가 가족들에게 수술 경과를 설명하는 동영상과 의무기록지 등을 제시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기자회견과 관련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은채 유족 측에 전달한 부검 협의 제안에 대한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달 29일 유족 측 변호사인 이정일 변호사와 투쟁본부 측에 부검 관련 협의 진행을 위한 공문을 등기우편으로 발송했다. 공문에는 협의를 위한 대표 선정과 협의 일시·장소를 4일까지 통보해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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