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대해 기업과 정부가 적극적인 피해구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정부가 이번 사태에 대해 해당 기업의 잘못이라며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인권위 의견이 나와 주목된다.
인권위는 23일 이성호 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내어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고에 대해 해당 기업과 정부는 책임을 인식해야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 2011년 유엔 인권이사회가 통과시킨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지침’을 인용, 국가의 책임이 있다고 의견을 나타냈다. 이 지침에 의하면 국가는 기업 활동에 대한 적절한 정책 등을 통해 기업에 의한 인권침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지난해 10월 방한한 바스쿠트 툰칵 유엔 유해물질 및 폐기물에 관한 특별보고관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고에 대해 한국 정부가 취한 조치들이 충분한지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그는 “한국이 비준한 국제인권 조약들과 헌법조항에 따라 정부가 유해물질 등 영향으로부터 인권을 보호하고 실현할 의무를 갖고 있다”며 “유해물질 위협에서 모든 사람들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법과 제도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지원 등을 확대하고 생활화학제품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의 유해성 평가 등 관리체계를 총체적으로 점검해 제도를 개선해 다시는 이 같은 비극적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앞으로 기업과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제품이 유통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이와 관련, 기업의 인권경영을 제도화하기 위한 ‘기업과 인권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tional Action Plans on Business and Human Rights)을 수립하고 있다. 인권위는 이 계획을 통해 기업 활동에 따른 인권침해를 방지하고 기업도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를 도모하고 있다.
| 국가인권위원회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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