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같은 반도체 선두업체도 내년 투자를 보수적으로 가져 갈 것이다.”
세계 최대 장비업체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의 한국지사 대표이사 강인두 사장은 24일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년에는 대만의 파운드리업체 TSMC 외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반도체 업체가 없을 것”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 강인두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한국지사장.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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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AT는 반도체·디스플레이·태양전지 등의 제조를 위한 장비를 만드는 세계 최대 업체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체 장비 중 절반 이상이 AMAT의 제품이다. 국내에서는 기흥·화성(삼성전자), 청주·이천(SK하이닉스), 파주(
LG디스플레이(034220)) 등 주요 고객사의 거점을 중심으로 9개소를 운영 중이다.
강 사장이 “내년 반도체업계가 어두울 것”이라고 판단한 가장 중요한 근거는 전 세계 PC 수요의 저하다. 그는 “PC 시장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개인보다는 기업 고객의 수요가 커야 한다”면서 “지금은 그 수요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올해 기존 투자 계획(4조2000억원)보다 그 규모를 줄이겠다고 밝힌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전동수
삼성전자(005930) 메모리사업부장 사장도 최근 “내년에는 경기가 좋지 않아 보수적으로 투자할 것이라는 것은 이미 다 아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때문에 장비를 공급하는 AMAT의 내년 실적 전망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 강 사장은 “고객사의 양산 라인 증설이 있어야 실적이 좋아지는데, 현재 그런 계획은 거의 없다”면서 “양산을 위한 연구개발(R&D) 단계의 투자 정도만 활발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객사에 공급하는 장비 비중은 비슷하겠지만, 내년 실적은 다소 불확실하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한편 강 사장은 이날 공개된 애플 ‘아이패드 미니’에 포함된 부품 중 절반 이상도 AMAT 장비를 거쳐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애플 아이패드 초기 제품부터 절반 이상의 부품에 기여해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