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상봉]"오래오래 살아야지"…가족들 "꼭 다시 만나자" 다짐

'작별상봉' 끝으로 가족들 또 이별…"다시 보자"는 약속 뒤로하고 귀환
  • 등록 2015-10-26 오전 11:50:21

    수정 2015-10-26 오전 11:50:21

[금강산=공동취재단·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아버지 130세까지 살아야지. 나는 100살까지 살께”(아들) “말은 고맙지만 그렇게까지 될지 모르겠다. 허허”(아버지)

26일 지난 2박3일간의 짧은 상봉일정을 마치고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다시 만난 부자는 다시 만나자고, 그러니 오래 살자고 다짐했다. 우리측 최고령자인 이석주 할아버지(98)는 만나자마자 연방 기침을 하는 아들 리동욱(70)할아버지에게 입고 있던 코트를 벗어줬다. 아버지와 체구가 비슷한 아들에게는 아버지의 옷이 맞춘 듯 잘 맞았다.

아들은 “죽는다는 소리 하지 말아. 다시 만나자고 해야지”라며 아버지의 손을 굳게 잡았고,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으응. 오래오래 살아야지”하며 재회의 의지를 다졌다.

우리측 가족이 찾는 북측 가족을 만난 2차 이산상봉 행사에서는 지난 24일 첫 단체상봉을 시작으로 이날 작별상봉까지 총 4차례의 상봉과 2차례의 식사를 함께 했다. 작별상봉이 진행되는 2시간 동안 가족들은 마지막으로 그리운 모습을 간직하기 위해 기념 사진을 찍거나 주소와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서로의 옷매무새를 만져주는 등 애틋한 정을 나눴다.

특히 80~90대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우리측 방문단이 또다시 기약 없는 이별에 “오래 살아 다시 보자”는 다짐을 되내는 모습은 보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닮은꼴 부녀’ 석병준(94·남측) 할아버지와 석보나(75·북측) 할머니도 그랬다. 이날 만나자마자 눈물을 그칠 줄 모르는 딸에게 아버지는 애처로운 눈길을 보내며 “울지 말라. 절대 울지 말라”며 간신히 나오는 눈물을 참는 모습이었다. 남측 딸인 석순용(49)씨가 “백수하시면 또 언니 만나실 수 있다”고 위로하자 석 할아버지는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가능해! 난 가능해!”라며 힘차게 소리쳤다 .

‘오대양호 사건’으로 북으로 끌려갔던 납북자 정건목(64)씨는 상봉장에 도착하자마자 오열하는 어머니 이복순(88) 할머니를 물기 어린 눈으로 바라보면서 “어머니 진정하십시오, 통일이 되는 그날까지 건강하세요”라며 통일되는 그날 꼭 다시 만나자고 달랬다.

오전 11시30분에(북측 시간 11시) 작별상봉을 끝낸 가족들은 온정각에서 점심식사를 한 후 오후 1시 30분(북측 시간 1시) 금강산을 출발해 육로를 통해 강원도 속초로 귀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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