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개성공단..과연 무슨 일이 있길래(종합)

  • 등록 2013-11-05 오후 2:19:47

    수정 2013-11-05 오후 2:30:57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남북 화해와 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4월 초 가동중단 사태 이후 50여 일 만인 지난 9월 16일 재가동에 돌입한 개성공단은 외부로 알려진 것보다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실질 가동률은 50% 미만이고 일부 업체는 30% 안팎에 머무를 정도다. 특히 사업포기·철수 또는 공장매각을 선택하는 업체들이 늘면서 개성공단의 미래 또한 점차 불투명해지고 있다.

경영난 심각한데 경협보험금 이자에 휴업수당 지급까지

개성공단의 정상적인 회복을 위해서는 최소 6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재가동 이후 50여 일이 지났지만, 입주업체 대부분은 운영자금 고갈, 주문부족, 신뢰저하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전기·전자·기계 분야는 상대적으로 더 열악하고 일부 업체는 임금까지 체불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개성공단 발전적 정상화의 전제조건인 ‘통행·통신·통관’ 등 이른바 3통문제 해결이 지지부진한 것도 숙제다.

남북경제협력사업보험금(경협 보험금) 상환 문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경협 보험금을 수령한 업체는 입주업체와 입주 예정기업을 포함, 총 59개사 1761억원이다. 5일 기준으로 보험금을 상환한 업체는 17개사 총529억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업체들은 여유자금이 없어 보험금 상환을 미루고 관망하고 있다. 특히 한국수출입은행이 입주업체에 발송한 내용증명을 보면 내년 1월 15일 이후 9%의 연체이자가 적용된다. 원금은커녕 이자도 못내는 상황에서 한계상황에 내몰린 기업들의 사업철수 등을 심각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울러 입주업체들이 11월부터 북한 측 근로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휴업수당도 부담이다. 휴업수당은 개성공단 입주업체 사정으로 북한 측 근로자들의 출근이 어려울 때 지급하는 일종의 생활보조금으로 기본월급 67달러의 60%에 해당하는 월 40달러 수준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입주업체 사정으로 출근하지 못하는 북측 근로자는 2800여명 수준이다. 휴업수당이 부담되면 북측 근로자들을 반납하면 되지만 이후 재배정 받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입주업체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휴업수당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입주업체 대표는 “대북관계 악화로 수주가 쉽지 않고 고장 난 장비는 연말까지 고쳐야 하는 상황”이라며 “경영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11월부터 휴직수당 지급은 무리다. 최소한 연말까지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관계 경색에 따라 사업포기·철수 업체 늘어날 수도

개성공단 재가동 이후 123개 입주업체 대표들의 부푼 희망은 사라진 지 오래다. 개성공단 정상화의 필수 요건인 바이어의 신뢰 회복이 쉽지 않다. 상당수 해외 바이어들이 남북관계의 불확실성 탓에 주문을 취소하거나 줄이고 있다. 입주업체들은 연말이 되면 사정이 나아지지 않을까 예측하고 있지만, 현재 남북관계를 고려할 때 ‘희망고문’에 가깝다.

이 때문에 경영난을 견디지 못한 일부 업체는 사업포기를 선택했다. 국제실크유통 모회사인 한중실크유통은 최근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에 철수신고를 했다. 불안정한 남북관계에 따라 좌우되는 개성공단에서 미래를 찾을 수 없다는 것.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초 경협 보험금을 수령한 8개 업체 중 입주업체 1개사가 20억원의 경협보험금을 반환하고 자체 청산을 결정했고 공단 입주 예정인 미착공기업 7개사 역시 31억원의 보험금 수령 후 청산을 선택했다. 아울러 실질 가동률이 40%대 머물고 있는 전기·전자·기계분야 5개 업체가 추가로 사업포기 또는 철수를 선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아울러 경영난 악화는 물론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으면 공장매각을 선택하는 업체들은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와 관련, “철수기업이 나오는 것은 개성공단의 리스크가 큰 데다 기업의 열악한 상황, 남북한 당국의 의지, 바이어 이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면서도 “개성공단 입주기업이 줄줄이 철수하는 최악의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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