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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영화 ‘배트맨 다크 나이트’에는 조지오웰이 ‘1984’에서 그린 감시자 ‘빅 브라더’가 나온다. 배트맨은 악당 조커의 위치를 찾기 위해 모든 시민의 휴대전화를 한꺼번에 도청한다. 불가항력의 절대 악당 앞에 정의를 실현한다는 이유로 발신지를 추적하는 불법 행위를 한다. 물론 조커를 무찌르고 이 시스템은 바로 폐기하지만 영화는 과연 정의를 위해 불법을 저지르는 행위가 정당한지 화두를 던진다.
빅 브라더의 실체는 현실에도 있다. 최근 전직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우드 스노든은 미 국가안보국(NSA)의 전방위 감청·정보수집 실태를 폭로했다. 세계 모든 전화망뿐만 아니라 구글, 페이스북에 올린 정보까지도 미 정보기관의 개인정보 수집 프로그램인 ‘프리즘’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고 고발한 것이다.
글로벌 IT 기업에 축적된 빅데이터…美정부에 무차별 공개
NSA가 미국 내 유럽연합(EU) 사무실과 벨기에 브뤼셀의 EU본부까지 도청했다는 사실이 추가 폭로되면서 파장은 더욱 확대됐다. EU 집행위원회는 미 정보기관의 개인정보 수집 파문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미국 당국의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테러 방지를 위한 약간의 사생활 침해”라면서 “다른 나라들도 미국만큼 (정보수집)한다”고 맞불을 놨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스노든이 폭로한 내용에는 없지만 구글과 페이스북, 트위터 등 미국의 IT업체들도 프리즘과 연루돼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9·11 테러 이후 생긴 해외정보감시법으로 미 정보기관은 영장없이도 통신회사나, 인터넷서비스기업으로부터 이용자 정보를 얻는 게 합법적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주권 강화 움직임…한국은?
이에 따라 유럽을 중심으로 디지털 주권을 강화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자국 내 디지털 정보는 자국망을 통해서만 지나가도록 설계하자는 주장이다. 여기에 글로벌 IT업체는 각국에 인터넷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에 나서고 있다. 유치국 입장에선 글로벌 IT업계를 유치한다는 비즈니스 측면도 있지만, 진출기업 입장에선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정보 전쟁에서 뒤처지지 않겠다는 의도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국도 NHN, LG CNS, SK C&C 등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국가적으로 디지털 역량을 좀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터넷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IT기업들이 글로벌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자국의 핵심 정보가 유출될지 우려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면서 “미국의 거대한 IT파워에 맞서기가 만만치 않지만 디지털 헤게모니 장악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국가와 기업간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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