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별도의 예산 투입 없이 정책의 기교 만으로 하우스푸어 대책을 해결하려고 하다 보니 허점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지금의 정책은 현재 가지고 있는 채무를 미래로 미루는 정도의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주택지분 매각제…다중채무자 ‘소외’
보유주택 지분 매각제는 박근혜 정부가 하우스푸어 문제 해결을 위해 내놓은 대표적인 공약이다. 집주인이 주택의 일부 지분을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에 팔고, 그 대금으로 대출금 일부를 상환하도록 해 집주인의 원리금 부담을 덜어주는 게 핵심이다. 대신 집주인은 소유권을 가진 채 매각한 지분만큼 월 임대료 형식의 지분료를 부담하면서 계속 살 수 있다.
정부는 올해 캠코의 대출채권 매입으로 최대 1500가구가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하우스푸어 대부분이 주택담보대출 외에도 다른 채무가 있는 다중채무자여서 주택 지분을 팔아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을 갚아도 나머지 채무 때문에 부채 경감 효과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최근 신용정보평가업체 KCB가 발표한 ‘가계부채의 미시적 위험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실수요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1건을 보유한 102만 가구 중 하우스푸어는 6만8000가구(6.6%)로 집계됐다. 이들의 평균 대출 잔액은 3억1140만원으로 주택담보대출이 절반 가량(1억4903만원)을 차지한다. KCB는 하우스푸어를 ▲주택담보대출 1건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비율이 50% 이상 ▲소비·지출(대출금 상환액 포함) 후 소득이 마이너스인 가구로 정의했다.
지규현 한양사이버대 교수는 “정부의 정책 대상이 명확하지 않아 정작 도움이 필요한 계층이 소외되는 허점이 있는 만큼 지원대상 가구를 세분화해 대상별로 지원방식을 달리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대주택 리츠…집주인 손해 발생할 수도
정부는 이번 4.1대책에서 지분매각제를 보완하기 위해 ‘임대주택리츠 매입방식’도 발표했다. 하우스푸어의 주택 지분을 매입할 ‘임대주택리츠’를 설립해 빚부담에 시달리는 하우스푸어가 월세만 내고 본인 집에 5년간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지분 매입 기관만 다를 뿐 형태는 지분매각제와 같다.
문제는 대상주택이 1가구1주택자인 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로 제한해 사실상 빚부담에 더 크게 시달리고 있는 중대형 아파트 보유자는 제외됐다는 점이다. 특히 이 제도는 리츠가 지분 매입 시 ‘역경매 방식’을 활용해 집주인이 집을 싸게 내놓을 수록 낙찰되도록 설계돼 있다. 다만 지분을 팔 때 기존에 가지고 있는 대출금액을 전부 상환할 수 있는 범위까지 매각해야 한다.
◇주택연금 사전 가입제…대출 많으면 이용 불가
주택연금 사전가입제도는 현행 가입조건을 60세 이상에서 50세 이상으로 확대한 것이 핵심이다. 대신 일시금 인출제도 한도를 기존 50%에서 100%로 확대했다. 50대 하우스푸어가 주택연금에 가입해 주택연금 평가금액 전액을 한번에 받아 대출 원리금을 갚는 데 필요한 자금을 쉽게 조달하도록 해주겠다는 것이 정책 취지다.
가령 대출금 1억5000만원을 낀 4억원짜리 집을 가진 집주인이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한번에 1억 1600만원 가량을 받을 수 있다. 대신 집주인은 일시금으로 받은 돈과 본인 돈을 보태 1억 5000만원의 대출금을 우선 상환해야 한다. 물론 주택연금 평가금액 전액을 한번에 받았기 때문에 월 연금도 지급되지 않는다. 1억 5000만원의 빚을 갚기 위해 4억원짜리 집을 맡기고 1억 1000만원가량을 일시에 받아 대출금을 갚는 구조다.
특히 일시금 인출제도를 이용하면 남은 빚을 우선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대략 집값의 40% 이상을 대출받은 수요자는 이 제도를 이용하기 어렵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사실상 빚부담이 크지 않은 일부 하우스푸어만 이용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전체 자산이 묶여 이용자가 많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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