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CEO들의 잇따른 `군기` 잡기...진짜 위기?

최지성 부회장·윤부근 사장 등 `위기론` 거론
이건희 회장, 폭탄 테러 위협에도 서초사옥 출근
"삼성 경영진이 내외적 악재에 강한 위기감 느끼는 것"
  • 등록 2011-05-04 오후 2:15:01

    수정 2011-05-04 오후 2:15:01

[이데일리 조태현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005930) 회장을 비롯한 삼성전자 최고경영자층에서 임직원의 이른바 `군기`를 잡기 위한 발언과 행동이 잇따르고 있다.

주력 사업 중 일부 사업부의 실적이 악화되고 안팎의 견제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나온 언행들이다. 업계에서는 결코 우호적이라고 할 수 없는 경영 환경을 헤쳐나가기 위한 삼성 특유의 `위기론`인 것으로 보고 있다.

◇ 최지성 부회장 "경쟁사보다 1년 앞서야 1등 유지"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4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사장단협의회에서 참석한 임원들에게 "1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쟁사보다 1년 정도 앞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1년 정도 앞서가야 지속적인 가격경쟁력으로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며 "어떤 경우에도 자만하지 말고 항상 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지성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이는 일본 엘피다의 20나노급 D램 개발 발표와 관련된 발언이다. 엘피다는 최근 회로폭을 25나노미터로 줄인 D램을 개발해 7월부터 양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엘피다의 25나노 D램 개발에 대해 권오현 삼성전자 사장은 "보도에 나온 대로 엘피다가 두 달 뒤에 20나노급 D램을 양산할 수 있을지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발표는 했지만 사실상 실제 양산에 들어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관련기사 ☞ 엘피다, 25나노 D램 개발…"혹시 쇼 아냐?"(2011.05.02 10:12)

하지만 그동안 미세공정에서 일본 메모리반도체 업체를 1년 이상 앞서온 삼성전자에는 다소 충격적일 수 있는 뉴스인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엘피다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엘피다가 삼성전자를 6개월 이상 앞서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경영진의 위기 발언은 최지성 부회장이 처음은 아니다. TV와 가전사업을 총괄하는 윤부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은 최근 사내 블로그를 통해 `빙하기`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현 상황을 비상사태로 규정했다.

윤 사장은 "대내외적 불안요소가 있는대도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임직원은 보르도 TV부터 시작된 성공에 안주하고 있다"며 "창 밖에 변화의 쓰나미가 들이닥치고 있는데 변화의 속도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실에 안주하면 LG전자와 소니 등 경쟁사에 따라잡힐 수 있다는 위기감을 표현한 것. 실제로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는 TV 시장 침체와 경쟁 심화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3분기와 4분기에 적자를 기록하는 등 부진한 실적을 내놓고 있다.

◇ 폭파 소동 와중 출근한 이건희 회장…"위기감 느낀 것" 삼성전자 위기론은 삼성을 대표하는 이건희 회장의 입에서도 나왔다. 이 회장은 지난해 3월 경영일선에 복귀하면서 "글로벌 일류기업도 무너지고 있는 지금이 진짜 위기"라며 "삼성을 대표하는 제품도 10년 뒤에는 사라질지 모른다"고 강조했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정기적으로 출근하며 사업을 직접 챙기고 있다. 특히 지난 3일에는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대한 폭탄 테러 위협에도 서초사옥에 출근하기도 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이건희 회장이 현재 경영환경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의 사업부 중 기존 성장을 이끌어왔던 LCD와 TV가 부진한 편"이라며 "이건희 회장이 상당한 위기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기존 사업 부진 외에도 글로벌 경쟁사의 견제가 심해지는 것도 삼성의 위기감을 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급속히 성장하자 월풀과 애플 등 글로벌 기업이 삼성전자를 제소하는 등 압박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건희 회장이 이에 대해 "튀어나온 못을 때리려는 원리"라고 말했을 정도.

여기에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등의 삼성전자를 겨냥한 발언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으로서 삼성전자는 기업 외적인, 다시 말해 정치적인 부분에서도 압박을 받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한다는 점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과거 삼성전자가 위기론을 언급했던 때보다 훨씬 더 강한 위기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과거 어떤 때보다도 삼성전자를 둘러싼 상황이 어려워 보인다"며 "결국 삼성전자 경영진의 위기 발언은 임직원의 주인의식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 관련기사 ◀
☞권오현 삼성 사장 "日 엘피다, 두달 뒤 양산할지 두고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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