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수돗물, 무리한 수계전환 탓 `인재`…22일부터 순차 정상화(종합)

환경부, 인천시 ‘붉은 수돗물’ 조사결과 발표
수계전환 全과정서 준비부실…초동대처 ‘미흡’
무리한 수계전환…유속 빨라지며 물때 떨어져
먹는물 수질기준 만족하나…“음용은 부적절해”
  • 등록 2019-06-18 오전 11:21:19

    수정 2019-06-18 오후 2:52:56

김영훈 환경부 물통합정책국장이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는 무리한 역방향 수계전환이 직접적 원인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인천시 ‘붉은 수돗물’ 사태가 벌어진 원인이 ‘무리한 수계전환’ 때문이라는 정부 조사결과가 나왔다. 단수 없이 수돗물 공급에 이상이 없도록 역방향으로 압력을 가하면서 수도관 내 수압이 2배 이상 높아지면서 관 벽에 부착된 물때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수돗물 공급은 이달 22일부터 순차적으로 정상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부는 지난달 30일부터 발생한 인천 수돗물 적수 사고에 대한 정부원인조사반의 중간 조사결과를 18일 발표했다. 정부원인조사반은 환경부, 한국수자원공사, 한국환경공단 등이 참여해 4개 팀 18명으로 구성했으며 지난 7일부터 사고원인 조사 및 정상화 방안, 재발방지 대책 등을 마련하고 상황 종료 시까지 운영한다.

직접적 원인은 무리한 수계전환으로 드러났다. 평상시 공촌정수장에서 영종지역으로 수돗물을 공급할 때는 자연유하방식으로 공급하고 있으나 이번 수계전환 시에는 가압해 역방향으로 공급했다.

역방향으로 유량을 1700㎥/h에서 3500㎥/h으로 증가시켜 유속이 역방향으로 2배 이상 증가(0.33m/s→0.68m/s)해 관벽에 부착된 물때가 떨어져 관 바닥 침적물과 함께 검단·검암지역으로 공급돼 초기 민원이 발생했다.

김영훈 환경부 물통합정책국장은 “5시간 후 공촌정수장이 재가동될 때 기존 공급방향으로 수돗물이 공급되면서 관로 내 혼탁한 물이 영종도 지역으로까지 공급됐다”면서 “정수지 및 흡수정의 이물질이 사고발생 이후 지속적으로 ‘정수지→송수관로→급배수관로→주택가’로 이동하면서 사태 장기화가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자료=환경부)


“수질변화 확인계획 안 세워…이물질 적기대처 못해”

인천시가 상수도 수계를 전환하면서 수질변화를 확인하는 계획을 세우지 않아 물때 등 이물질에 적기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사전 대비나 초동 대응이 미흡했다는 것이다.

국가건설기준에는 상수도 수계 전환 시 수계전환지역 배관도, 제수밸브, 이토밸브, 공기밸브 등에 대한 대장을 작성한 후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도출된 문제점은 통수 전에 대책을 수립하는 등 사전에 준비를 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특히 녹물 발생 방지를 위한 충분한 배수, 밸브 개폐 작업 시 주의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인천시는 수계전환 전 수돗물 대체공급을 위한 공급지역 확대방안 대응 시나리오 작성 시 각 지역별 밸브 조작 위주로만 계획을 세우는데 그쳤다. 밸브 조작 단계별 수질변화에 대한 확인계획은 수립하지 않아 탁도 등 이번 사고를 유발한 이물질에 적기 대처하지 못했다.

한번 걸러 마셔도 되지만…“빨래·설겆이 등 생활용수” 권장

지난달 30일 수계전환 직후부터 이물질 유입이 시작된 공촌정수장에서 인접한 직결급수지역에서 많은 수질검사 의뢰 민원이 발생했고 지난 16일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에서 분석한 1071건 수질검사 결과에서 먹는물 수질기준을 초과한 사례는 9건이었고 재검사를 실시한 결과 모두 기준을 만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시 교육청의 요청으로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영종지역 26개 학교 수질분석 결과 잔류염소 등 17개 항목이 모두 먹는물 수질기준 이내로 확인됐다.

(자료=환경부)


원인조사단에서 필터 이물질에 대한 성분분석(XRF)을 실시한 결과 깨끗한 필터는 탄소 99%, 기타 무기원소가 1%이었으나 오염된 필터는 알루미늄이 36~60%, 망간 14~25%, 철 등 기타성분이 26~49%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탄소를 제외한 무기성분 구성비는 알루미늄과 망간으로 조사됐다.

특히 검은 알갱이의 유해 여부를 밝히기 위해 강산에 녹여 성분을 분석한 결과, 알루미늄·망간·철 등으로 통상적인 수도관 침전물 및 물때의 성분과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돗물에 함유된 망간·철이 착색을 촉진시킨 것으로 판단되는데 망간의 경우 0.02mg/L 이상부터 착색을 유발한다는 설명이다.

정부원인조사반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관로 노후화로 인한 물질이라기보다는 주로 관저부에 침적된 물때 성분이 유출된 것으로 판단했다. 이런 물질이 함유된 물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수기나 필터로 한번 거른 물은 음용해도 되지만 필터 색상이 쉽게 변색하는 단계에서 수질기준을 충족한다고 해서 음용을 권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의견을 보였다. 다만 빨래, 설겆이 등 생활용수로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조석훈 환경부 물이용기획과장은 “검은 알갱이의 주요 성분인 알루미늄·망간·철은 심미적 영향물질로 착색은 유발하나 인체유해성은 크지 않다”며 “수돗물 수질검사결과 기준을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필터가 바로 변색되는 단계라면 당분간 직접 음용은 삼가는 것이 좋지만 세탁 등 생활용수로는 사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자료=환경부)


‘늦어도 29일까지’ 수돗물 정상공급 목표

정부는 인천시와 함께 이물질을 완전 제거해 사고 이전 수준으로 수돗물 수질이 회복되도록 하기 위해 이물질 공급소 역할을 하고 있는 공촌정수장 정수지 내의 이물질부터 우선적으로 제거하고 이후 송수관로, 배수지, 급수구역별 소블럭 순으로 오염된 구간이 누락되지 않도록 배수작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오는 22일부터 급수구역별 민원발생 등을 고려해 배수 순서를 결정하고 매일 급수구역별 10개조를 투입해 단계적으로 공급을 정상화하고 늦어도 29일까지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지난 14일부터 공촌 정수장 정수지를 전문업체에 위탁해 물빼기와 청소를 반복해 4개의 정수지 청소를 18일까지 마무리하고 물 사용량이 적은 심야시간을 이용해 오는 19일부터 23일까지 송수관로 이물질 등 오염수에 대한 배수작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송수관로 이토작업과 함께 8개의 배수지도 청소전문업체에 위탁해 23일까지 깨끗하게 청소할 계획이다.

유사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정부는 정수장 중심의 물공급 관리체계를 급·배수관망으로 확대해 사고징후를 실시간으로 감시·예측하는 시스템을 적극 도입하고 상수관망 유지관리 개선 종합 계획(마스터플랜)을 수립해 관망운영관리를 고도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관망 기술진단을 의무화해 진단결과에 따라 관망청소를 주기적으로 실시하도록 법제화해 관로에 침전물이 오래도록 방치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김영훈 국장은 “이번 인천 수돗물 사태에서 전문가를 파견해 자문과 기술지원을 실시했으나 체계적인 대응이 미흡하다고 판단했다”며 “앞으로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하면 적시에 대처가 가능하도록 유역별 상수도지원센터를 설치하고 관망분야 전문인력 양성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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