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발전은 직원 개개인의 발전이 모인 결과"

96번째 이달의 기능한국인 이왕기 대성엔지니어링 대표
반도체 후공정 제품 국산화로 반도체 강국 일구는데 일조
  • 등록 2015-02-23 오후 12:00:00

    수정 2015-02-23 오후 12:00:00

[이데일리 김정민 기자] ‘이달의 기능한국인’ 아흔 여섯 번째 수상자인 이왕기 (53·사진)대표는 25년간 반도체 설비 분야에 종사해 온 숙련기술인 최고경영자(CEO)다. 우리나라가 세계 1위의 반도체 기술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일조한 숨은 주역이다.

이 대표가 경영하는 ㈜대성엔지니어링은 반도체 제작 공정의 후공정 설비를 주로 생산하는 강소기업이다. 대표 제품은 체인지 키트
이왕기 대성엔지니어링 대표 (사진=한국산업인력공단)
(Change over kit)와 UV조사기다. 둘 다 반도체 제작 공정 중 후(後)공정에 필요한 제품들로, 대성엔지니어링이 국산화에 성공하기 전에는 전량 수입에 의존해왔다.

“90년대까지만 해도 국산화된 장비가 거의 없었죠. 우리는 작은 부품 하나부터 시작해 설비 자체의 국산화에 성공했습니다. 설비 국산화는 매우 중요합니다. ‘대응 속도’가 빨라지거든요. 수입 제품의 경우, 문제 발생 이후 엔지니어가 파견되기까지 길게는 한 달이 소요되지만, 국내 제품의 경우 실시간 대처가 가능합니다”

수입품 대비 20-30% 저렴한 가격에 공급되지만 성능은 수입품에 뒤지지 않는다. A대기업 반도체 제조 공정에 사용되는 UV조사기의 경우 90% 이상이 대성 제품일 정도다. 대성의 기술력은 업계 수위를 다툰다.

이 대표는 의정부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79년 당시 법랑냄비 업계 1위였던 ‘동오실업’에 입사했다. 고졸 출신에 대한 차별을 피부로 절감하고 뒤늦게 회사 인근 오산전문대(현 오산대)에 입학, 주경야독으로 대학을 졸업했다. 이 대표는 이때 오산대와 맺은 인연으로 1997년부터 2011년까지 14년간 자동차기계설계계열 겸임교수로 일하기도 했다.

이대표가 창업을 결심한 계기는 갑작스레 악화된 가정환경에 가족을 책임져야할 상황에 처한 영향이 컸다.

이 대표는 “장남으로서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데 월급쟁이로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위기 상황이었다. 사람은 위기의 순간에 대개 안정을 찾지만 저는 지금이 승부수를 던져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부친의 농지를 담보로 대출받은 2000만원이 자본의 전부였다. 컴퓨터와 오토캐드와 같은 설계 프로그램을 장만하는데 1000만원을 썼다. 나머지 1000만원은 사무실 보증금을 냈다. 유보자금 0원으로 시작한 이 사무실이 현재 연매출 156억원을 올리는 대성엔지니어링의 시작이다.

이 대표가 직원을 선발할 때 학벌과 학력은 큰 고려사항이 아니다. 하지만 배우고자 하는 직원이 있다면 아낌없이 후원한다. 학기당 200만원의 등록금 지원은 물론, 학업과 직장을 병행할 수 있게 근무시간 조정 등의 편의도 제공한다. 이대표가 직장생활과 학업을 병행할 때 받은 배려를 다시 직원들에게 베풀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으로는 드물게 MBA 진학도 지원하고 있다. 현재까지 세 명의 직원이 회사의 지원으로 MBA과정을 마쳤다.

매일 아침 진행되는 외국어 교육 우수성과자에게 해외박람회 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전담 관리직원이 있는 사내 도서관을 운영하며 직원들의 희망도서 구입비를 전액 지원하고 있다. 오산대와 연계해 재학생의 현장실습 기회를 제공하는 등 ‘일터의 배움터화’를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회사의 발전은 혼자 이루어지는 게 아닙니다. 직원 개개인의 발전이 하나하나 모여 나타나는 결과죠. 직원에 대한 투자는 결국 회사의 미래를 위한 투자나 마찬가지 아닐까요?

2006년 시작해 올해 10년째인 ‘이달의 기능한국인’은 10년 이상 산업체 현장 실무 숙련기술자 중 사회적으로 성공한 기능인을 매달 한명씩 선정해 포상하는 제도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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