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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들 품목에 의존한 수출 구조는 오히려 독(毒)이 되고 있다. 반도체 수출 급증세가 일단락된 가운데 유가마저 크게 떨어지면서 올해 수출은 이미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수출 맏형’ 반도체 끌고, 석유화학 밀고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18년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액은 6054억7000만달러로 전년동기보다 5.5% 늘어났다. 우리나라가 연 6000억 달러 이상의 수출액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나라가 최고 수출 실적을 거둔 것은 수출 ‘맏형’인 반도체를 비롯해 석유화학·일반기계 수출 호황 덕분이다. ‘슈퍼 싸이클’을 탄 반도체는 올해 1267억1000만달러를 수출했다. 연간 최대 수출액을 기록하면서 전 세계 1000억달러 수출 품목에 새로 진입했다. 그간 1000억달러 이상 수출 품목은 독일 자동차, 일본 자동차, 중국 컴퓨터, 중국 유무선, 미국 항공기밖에 없다.
일반기계 수출액은 535억7000만달러, 석유화학은 500억6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역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일반기계의 경우 주요국 건설·제조업 경기가 상승세를 탄 영향을 받았고, 석유화학제품은 유가 상승 효과를 톡톡히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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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를 제외한 나머지 품목의 실적이 저조한 게 문제다. 반도체·석유화학을 제외할 경우 수출 증가율은 0.6%로 뚝 떨어진다.
산업부가지정한 13대 수출 주력품목 중 7개 품목은 감소세를 나타냈다. 자동차, 철강, 무선통신기기, 가전 수출이 각각 1.9%, 0.6%, 22.6%, 18.3% 감소하며 저조한 흐름을 이어갔다. 해외 공장 생산을 확대한 영향도 있지만, 중국 부상으로 글로벌 경쟁이 심화된 가운데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게 주 원인이다.
반도체에 의존한 수출 증가는 이미 한계를 드러냈다. 지난해 12월 수출액은 전년동기대비 1.2% 감소한 484억6000만 달러에 그쳤다. 수출이 감소한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3개월 만이다. 7개월 연속 500억달러 수출 기록도 멈췄다.
산업부 관계자는 “대형 IT기업이 빅데이터를 저장할 데이터센터 투자를 조정하고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해소되면서 가격이 떨어진 게 영향을 미쳤다”면서 “다만 아직 반도체가 꺾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석유화학 수출 역시 유가하락에 따른 단가하락으로 6.1% 감소로 전환됐다.
정부는 올해도 6000억달러 수출을 돌파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이날 부산신항 현장방문한 자리에서 “올해 수출은 주요국 경제 성장률 둔화와 美·中 무역갈등 등 수출여건이 녹록하지 않은 만큼 모든 정책역량을 총동원해 정면 돌파해 2년 연속 6000억달러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요국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고 미중 무역갈등도 단기간에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게 우리 수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임혜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반도체 등 일부 품목에 의존해 수출 호조를 보였지만, 올해 단가하락이 현실화되는 가운데 빈 공간을 메워줄 주력제품이 없는 게 사실”이라면서 “미중 무역분쟁 우려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올해 수출 증가율은 3%내외로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