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향 표준특허로 '갑질'..특허괴물 '돌비' 제재받는다

공정위, 돌비에 불공정 계약조항 삭제· 수정 명령
"삼성· LG 등 국내 라이선시, 거래조건 개선 기대"
  • 등록 2015-08-05 오후 12:00:04

    수정 2015-08-05 오후 12:00:04

[세종=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음향 표준기술 보유 기업인 돌비가 국내 기업들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면서 불공정한 거래조건을 설정한 행위가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5일 시정명령을 받았다.

시정조치 대상은 특허기술 라이선스 권한을 보유한 ‘돌비 래버러토리즈 라이선싱 코퍼레이션’(미국 법인), ‘돌비 인터내셔널 에이비’(스웨덴 법인) 등이다.

돌비는 디지털 오디오 코딩 기술표준인 AC-3에 대한 글로벌 라이선스 권한을 갖고 있는 기업이다.

이에 따라 디지털TV, DVD플레이어 등 디지털 오디오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돌비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아야 한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 등 90여개사가 돌비로부터 라이선스를 받고 있다. 돌비가 국내에서 걷어들이는 로열티 수입은 1억9000만달러(약 2000억원)에 달한다.

돌비는 국내 업체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면서 어떤 방법으로도 특허의 효력 또는 소유를 다툴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부쟁의무’를 거래조건으로 설정했다.

부쟁의무를 어기고 라이선시가 특허의 유효성을 다툴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갑(甲)조항’도 명기했다.

또, 라이선시가 자신의 지적재산권을 침해· 남용할 수 있는 우려만 있어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거래조건을 설정했다.

이밖에도 돌비는 △라이선시가 사전에 보고한 물량과 감사로 확인된 물량의 차이가 미미한 경우에도 라이선시에게 손해배상· 감사비용을 전부 청구하고 △라이선시가 취득한 이용발명 권리도 자사에 배타적 양수권을 부여하게 하는 내용으로 계약서를 작성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불공정한 거래조건을 수정· 삭제하고, 다시 계약을 체결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다만, 공정위는 불공정한 거래조건들이 실제 행사된 적 없다는 점, 국내 라이선시와 분쟁이 발생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과징금은 부과하지 않았다.

황원철 서비스업감시과장은 “이번 조치로 돌비의 국내 라이선시와의 불합리한 거래조건이 개선되고, 라이선시의 정당한 권리가 보호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돌비의 국내 매출액 및 매출구성(자료= 공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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