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도종환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전국 거점 국립대를 중심으로 ‘2000년 이후 총장 후보자 임용 거부 사례’를 제출받은 결과 12개 대학에서 14년간 총 10건의 임용 거부 사례가 있었다. 이를 정권별로 살펴보면 △노무현 정부 1건 △이명박 정부 2건 △박근혜 정부 7건이다.
국립대 총장은 해당 대학에서 1·2순위 후보자를 교육부에 추천하면 교육부 장관의 임용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러나 교육부는 현 정부 출범 초기인 2013년부터 경북대·공주대·방송통신대·한국체육대에서 추천한 총장 후보에 대해 잇따라 퇴짜를 놓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립대 총장은 장관급 예우를 받기 때문에 철저한 인사 검증이 필요하다”며 “임명 제청권은 교육부 장관의 정당한 권한이며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들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14년간 교육부에 의해 임용 제청이 거부된 사례 중 70%가 현 정부 집권기간에 이뤄졌다. 이전까지는 대학의 자율권을 인정해 심각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1순위 후보자를 총장으로 임용했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임용 거부 사례가 대폭 늘면서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를 선임하기 위해 대학 구성원이 추천한 인사를 거부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교육부는 임용 거부 사유를 총장 후보인 당사자들에게도 공개하지 않아 논란을 더 키우고 있다.
대학 총장은 교원 임용이나 입학 관리, 교육과정 등 학사 운영을 총괄하기 때문에 총장 공백으로 인한 피해는 심각하다. 한체대 관계자는 “총장이 공석상태가 되면 대학에서는 중요한 일이나 새로운 일을 결정할 수 없다”며 “학사 운영 차질에서 오는 피해를 고스란히 학생들이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교육부가 임용 제청을 반려하면서 거부 사유를 밝히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임용 거부 사유를 공개하게 되면 자칫 당사자로부터 명예훼손 소송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부로부터 임용 제청이 거부된 김현규 공주대 교수는 “교육부가 거부 사유를 밝히지 않으면서 온갖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며 “비공개 방침이 오히려 당사자의 명예를 더욱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울고법 행정11부(재판장 최규홍)는 지난 21일 김현규 공주대 교수가 “총장 임용 제청 거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교육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심과 같이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교육부가 임용 제청 거부 처분을 하면서 그 근거와 사유를 명시하지 않아 국가의 적법한 행정 절차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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