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사이 미국과 유럽 증시가 하락한 탓에 출발은 불안했다. 개장초 코스피는 상승과 하락을 오가며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방황했다.
지수 상승폭이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한 것은 점심시간 이후부터. 달러-원 환율이 40원 넘게 급락하고 프로그램 매수금액이 2000억원을 훌쩍 넘기면서 상승속도에 탄력이 붙었다.
중국에서 금리인하 가능성을 내비치며 경기부양의지를 확인시켜 준 점과 미국 정부가 씨티그룹에 대한 추가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소식 등이 잇따라 접수되며 국내 증시 상승을 지지했다.
1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전일비 20.47포인트(1.91%) 상승한 1092.20에 거래를 마쳤다.
장전돼 있던 총이 당겨지듯 프로그램에서 대규모 매수 주문이 쏟아졌다. 오후 장중 베이시스가 플러스로 돌아서며 외국인이 오랜만에 현선물 동반 매수에 나섰다. 외국인은 이날 선물시장에서 3238계약, 현물시장에서 1768억원을 순수하게 사들였다.
개인은 종일 차익실현에 주력했다. 개인의 순매도 금액은 3613억원으로 집계됐다.
대부분 업종이 상승한 가운데 금융주가 7% 넘는 상승세를 나타냈다. 환율 급락으로 은행들이 BIS비율 개선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었다. 미국 정부의 씨티그룹 지원의지도 은행주 상승에 힘을 실었다.
태산LCD의 통화옵션 포지션을 짊어지고 있는 하나금융지주(086790)가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며 환율 급락에 환호했다. 우리금융(053000) 역시 상한가 수준까지 치솟았고, KB금융(105560)과 외환은행(004940) 등도 10% 이상 급등했다.
환율 급락에 수혜가 예상되는 업종들이 줄줄이 상승했다. 전기가스업이 5%에 육박하는 상승률을 나타냈고, 대한항공(003490)(9%)과 아시아나항공(020560)(4.8%) 등 호조에 힘입어 운수창고업도 3% 올랐다.
배당 기대를 업고 증권업이 이틀 연속 4%에 달하는 상승률을 보였으며, 금리인하 기대 등을 재료로 건설업도 4.7% 상승했다.
반면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 등 대형주들이 부진하면서 전기전자업종은 1.9% 하락했다. 삼성테크윈(012450)이 하락세로 전환되면서 의료정밀업종도 0.7% 떨어졌다.
거래량은 6억444만주로 지난달 25일 이후 가장 활발한 거래가 이뤄졌다. 거래대금은 지난달 12일 이후 한달만에 가장 큰 4조7590억원으로 집계됐다.
상한가 11개를 포함해 오른 종목이 529개, 하한가 1개를 포함해 내린 종목이 283개였다. 70개 종목은 보합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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