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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나는 세상을 잘못 만나 태어난 것 같다. 예전에는 단칸방에서 시작해서 방을 한 칸 한 칸 늘려가는 게 가능했고, 취업의 가능성도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되게 높았는데 요즘은 사는 게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어 “좋은 직장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인 것 같고 정치인들은 자기 이익만 위해 매일 싸우기만 하지, 서민을 위해 어떤 획기적인 도움도 못 주는 것 같다”며 “30년만 일찍 태어났다면 제 능력을 마음껏 펼치면서 집도 사고 투자에도 성공해 큰소리치면서 살았을 것 같은데 어려운 시기에 청년기를 보내니 매일이 억울하고 우울하다”고 힘든 마음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에 빠진 저도 싫고 세상도 싫은 마음이다. 한창 성장하고 있는 나라로 이민 가는 것도 고려 중”이라며 조언을 부탁했다.
그러자 혜민스님은 “요즘 세상이 어렵고 힘들어서 이 시대에 태어난 게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정말 안타깝다”며 “우리가 불행을 느끼는 문제의 원인은 ‘세상’이 아니고 우리가 가진 분별심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 공부하러 가서 놀랐던 일이 있다. 서양 사람들은 보름달을 부정적으로 보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풍요롭고 긍정적 이미지 아니냐. 보름달은 긍정적인 것도 부정적인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전 세대와 비교해 현세대가 어떤 면에서는 기회가 적을 수도 있다. 빈부격차 등 현시대의 삶이 힘들게 느껴질 수도 있다”며 “얼마 전 TV를 봤는데 동남아시아 사람들은 우리나라에 와서 자국보다 훨씬 더 높은 임금을 받으면서 힘들고 위험하고 더러운 일을 한다. 이런 걸 보면 저분들한테는 우리나라가 좋은 나라인 것이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원래부터 좋은 세상과 나쁜 세상이 존재하는 건 아니다. 분별하는 마음을 멈추면 된다”고 조언했다.
앞서 혜민 스님은 2012년 출간한 명상 에세이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로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세계 26개국에 판권이 수출되는 등 이름을 알렸다.
지난 2020년 11월에는 tvN ‘온앤오프’에 출연해 2015년 8억 원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진 남산타워가 보이는 집을 공개하며 ‘풀소유’ 논란이 일었다. 또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 아파트를 구매·보유했다는 의혹과 그가 한국계 미국인이었다는 점 등이 밝혀지자 이에 대한 비난 여론은 거세졌다. 결국 2020년 말부터 활동을 잠정 중단하다 올해 2월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많은 분이 주신 말씀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승려로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을 참회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러분의 조언을 가르침으로 삼아 승려의 본분인 포교와 전법, 보시와 봉사에 더 힘을 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