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협력사 "줄도산 닥쳤다..생존사투中"

  • 등록 2009-02-10 오후 3:45:46

    수정 2009-02-10 오후 7:07:31

[이데일리 김보리기자] "모레가 어음만기일인데, 피가 바짝바짝 마릅니다. 돈 나올 구멍은 없고, 정부나 은행 지원은 다른 세상 얘깁니다. 우리 회사 뿐만 아니라 상당수 협력업체들이 매일매일 살아남기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쌍용자동차 1차 협력업체인 L사 사장은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엔진관련 부품을 주로 만드는 L사는 쌍용차가 법정관리 신청과 잇단 생산라인 가동 중단 등으로 사상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는 협력업체 중 한 곳이다. 
 
이날 자동차용 도어 가니시를 쌍용차(003620) 등에 납품해 온 연 매출 80억원 규모의 D기업은 최종부도에 직면해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오늘 은행 영업시간까지 6억원의 어음결제 자금을 넣어야 하지만 현재로선 불가능해 어제 쌍용차에 부도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정부나 은행권의 특별자금지원이 조속히 이뤄지지 않는 한, D기업의 부도사태는 쌍용차 협력업체의 줄도산을 알리는 신호탄에 불과하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 협력업체 "더이상 돈 빌릴 곳도 없어요"
 
지난달 29일 만기가 돌아온 쌍용차가 발행한 60일짜리 어음(11월 납품대금분)은 모두 933억원. 다행히 은행들이 만기일을 앞두고 전향적 자세를 보이면서 대다수 협력업체들이 일단 고비는 넘겼다.
 
하지만 이중 50여억원을 은행에서 대환대출로 돌리지 못하고 자체 자금으로 조달한 10여개 협력사들은 더이상 자금을 확보할 길이 없어 또다시 부도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게다가 1차 협력사들이 자체 발행한 어음 만기가 이날부터 줄줄이 도래하는 상황이어서 `도미노식` 연쇄부도 가능성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한 협력사 관계자는 "사업하는 사람이 저승사자 보다 무서운 것이 어음 연체"라며 "연체됐다고 소문나면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돈 빌려주려던 곳조차 나 몰라라 한다"고 했다.
 
이어 "자체 발행한 어음 만기가 곧 돌아오는데 있는 돈, 없는 돈 죄다 끌어다 써서 더이상 돈 빌릴 곳도 없다"고 덧붙였다.
 
쌍용차 협력사들은 이번 만기일을 넘기더라고 이달 말부터 또다시 어음 만기가 도래해 정부가 긴급자금지원에 하루빨리 나서지 않으면 줄도산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 협력사 부도공포 현실화…쌍용차 회생 최대걸림돌 
 
쌍용차의 1차 부품업체는 250여개이며 2,3차까지 포함하면 1000여개에 달한다.
 
업계는 이달에 1차 협력사가 2차에, 2차 협력사가 3차에 발행한 어음의 만기가 줄줄이 돌아오기 때문에 1·2·3차 협력사 상당수가 부도 위기에 처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쌍용차협동회 오유인 대표는 "업체들이 부도 위기에 있지만 채권단에서 할 수 있는 뾰족한 묘안이 없다"며 "도산 직전인 회사를 다른 비슷한 부품을 양산하는 부품사가 인수토록 하는 게 고작인데, 다른 회사들도 자기 코가 석자인데 누가 인수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쌍용차 협력사들이 연쇄 부도를 맞게 된다면 쌍용차가 회생할 가능성은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쌍용차협동회 사무총장을 맡고있는 네오텍 최병훈 대표는 "쌍용차 법정관리가 개시되고 자구계획안이 나올 때까지 4,5개월이 소요된다"며 "이 와중에 쌍용차 협력업체들이 연쇄부도를 맞으면 자구계획안을 펴 보기도 전에 쌍용차가 회생할 가능성은 영영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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