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005380)그룹 회장이 6일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던진 한마디 말이다. 정 회장은 이날 실행을 피해 심적 안도감을 가졌겠지만, 밖으로는 죄송하다는 말 밖에 하지 않고 법원을 떠났다.
정 회장은 이날 재판 30분전인 오후 2시께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 출석, 방청석 맨 앞줄에 굳은 표정으로 앉았다.
이후 제10형사부 이재홍 수석부장판사의 선고결과가 시작됐다.
이 부장판사는 정 회장에게 "점심은 잘 먹었느냐" "심정이 찹찹하지 않느냐"고 운을 띄운 뒤, 법조계·경제계·언론계·시민 등 각계 각층에게 이 사안에 대한 의견을 구해봤다고 밝혔다.
이 부장판사는 "정몽구 회장의 실형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적은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하거나 경영승계를 위해 편법을 동원하는 재벌에 대해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말하는 반면, 집행유예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들이 정치자금을 요구하니 비자금 조성은 필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등 말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 부장판사는 "그러나 현대차는 국내 제2의 거대기업이고, 정몽구 회장은 기업 선두에서 지휘하는 스타일이라 한국경제를 위기에 처하게 할 도박을 하기 어려웠다"면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 부장판사는 "특히 앤론사태의 경우 미국은 비슷한 규모의 기업 20개정도 없어져도 문제없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면서 "개인적으로나 재판부 토론결과 집행유예로 결과가 모아졌다"고 강조했다.
이 부장판사는 또 "정 회장이 최근 여수엑스포 유치위원회 명예위원장으로 임명된 점이 재판부에 심리적 압박감으로 작용했다"면서 "앞으로 엑스포 유치를 위해 열심히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 회장은 1심에서 집행유예없이 징역 3년을 선고 받고 항소했고, 항소심에서 검찰은 정 회장에게 징역 6년을 구형한 바 있다.
법원은 대신 정 회장에게 3가지 사회봉사명령을 지시했다. 사회봉사명령을 이행하지 않을시 집행유예도 무효화된다는 전제다.
우선, 정 회장이 사회공헌 약속을 한데로 올해부터 한해 1200억원씩 7년간 총 8400억원의 재산을 사회공헌을 위해 쓰라고 지시했다.
개인에게 부담이 될 정도의 재산을 사회공헌에 쓰도록 명령하는 것은 실형에 준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다. 법원은 정 회장에게도 한해 1200억원의 돈은 적은 액수가 아닐 것이며, 자식에게 기업을 물려주기 보다는 공익재단을 설립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법원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의 등 경제인 모임에 나가 최소 2시간 이상 이번 재판을 받은 소감과 준법정신에 대해 강연을 하라고 명령했다. 또 일간지 등 언론에 준법경영을 주제로 한 기고문을 쓰라고 지시했다.
이 부장판사는 "정 회장을 감옥에 넣는 것만이 최선이 아니다"면서 "국가를 위해 무엇이 중요한가를 고려할 때 정 회장이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많이 사회공헌을 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 회장과 같은 혐의로 기소된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도 이날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