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지기전 40분간 대체 무슨 일이…

지경부 "선조치 후보고..불가항력적 상황"
거래소 "담당 과장 허락 받고 순환 단전"
이 대통령 "후진국 수준 정전..책임 묻겠다"
  • 등록 2011-09-16 오후 11:05:02

    수정 2011-09-17 오전 11:27:12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초유의 정전사태를 부른 과정과 책임소재를 놓고 지식경제부, 전력거래소 사이에서 엇갈린 해명과 책임 떠넘기기가 벌어지고 있다.

전력거래소가 다급한 전력 수급 사정을 지식경제부에 처음 보고한 것은 당일 오후 2시30분이었다. 사상 첫 전국규모의 순환단전이 실시되기 약 40분 전이다.

이날 열린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최중경 장관도 "당일(15일) 오후 2시30분 전력거래소 담당 소장이 지경부 담당 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이 어렵다 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후 벌어진 일은 설명이 엇갈린다. 지경부 측은 당일 상황이 워낙 다급해 전력거래소가 한국전력에 요청한 뒤 바로 전력을 차단(순환정전)하고 그 뒤 지경부에 보고했다고 해명했다.   최 장관도 국회에서 비슷한 취지로 설명했다. 그는 "2시50분 다시 전화가 와서 상황이 괜찮아졌다고 말했으나 20분 뒤인 3시10분에는 아무래도 (전력을) 끊어야겠다고 알려왔다"고 말했다. 전날 상황이 워낙 다급해 이른바 '선조치 후보고'가 불가항력적이었다는 얘기다.

반면 전력거래소의 해명은 사뭇 다르다. 사상 첫 전국단위의 순환정전을 결정하는데 정부의 허락없이 결정할 수 있었냐는 것이다. 전력위기 대응 매뉴얼과 전력시장운영규칙 상 전력거래소 중앙급전소장은 지경부 장관에게 단전 조치를 미리 보고하도록 돼있다.

이날 지경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염명천 거래소 이사장도 "거래소 측이 오후 2시50분께 지경부 담당 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심각(레드) 단계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알렸고, 담당 과장이 그렇게 하라고 말했다"고 했다.

거래소는 매뉴얼대로 지경부의 허락을 받은 뒤 조치(순환정전)에 들어가 책임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거래소가 한전에 순환정전 조치에 대비하라 통보를 한 것도 2시55분이었다. 일부에서는 이같은 정황으로 미뤄 주무부처인 지경부도 순환정전 조치을 미리 알고 있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차관과 장관에게 별도로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지경위 위원들은 "장관도 차관도 아닌 담당 과장의 답변을 듣고 그런 엄청난 결정을 할 수 있느냐"고 따지기도 했다.

이날 한국전력(015760) 본사를 찾은 이명박 대통령은 "일어나서는 안되는 후진국 수준의 정전사태가 벌어졌다"라며 "책임소재를 분명히 따지겠다"고 질타했다. 따라서 대규모 정전 사태를 부른 지휘선상에 있는 관계자들의 문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 전력산업 관계자는 "최악의 정전 사태를 미리 막을 수 있는 시간을 우왕좌왕 하다 까먹은 셈"이라며 "결국 불분명한 책임소재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보고체제가 큰 화를 부른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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