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거래소가 다급한 전력 수급 사정을 지식경제부에 처음 보고한 것은 당일 오후 2시30분이었다. 사상 첫 전국규모의 순환단전이 실시되기 약 40분 전이다.
이날 열린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최중경 장관도 "당일(15일) 오후 2시30분 전력거래소 담당 소장이 지경부 담당 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이 어렵다 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후 벌어진 일은 설명이 엇갈린다. 지경부 측은 당일 상황이 워낙 다급해 전력거래소가 한국전력에 요청한 뒤 바로 전력을 차단(순환정전)하고 그 뒤 지경부에 보고했다고 해명했다. 최 장관도 국회에서 비슷한 취지로 설명했다. 그는 "2시50분 다시 전화가 와서 상황이 괜찮아졌다고 말했으나 20분 뒤인 3시10분에는 아무래도 (전력을) 끊어야겠다고 알려왔다"고 말했다. 전날 상황이 워낙 다급해 이른바 '선조치 후보고'가 불가항력적이었다는 얘기다.
이날 지경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염명천 거래소 이사장도 "거래소 측이 오후 2시50분께 지경부 담당 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심각(레드) 단계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알렸고, 담당 과장이 그렇게 하라고 말했다"고 했다.
이날 한국전력(015760) 본사를 찾은 이명박 대통령은 "일어나서는 안되는 후진국 수준의 정전사태가 벌어졌다"라며 "책임소재를 분명히 따지겠다"고 질타했다. 따라서 대규모 정전 사태를 부른 지휘선상에 있는 관계자들의 문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 전력산업 관계자는 "최악의 정전 사태를 미리 막을 수 있는 시간을 우왕좌왕 하다 까먹은 셈"이라며 "결국 불분명한 책임소재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보고체제가 큰 화를 부른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