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현대건설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이후,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 인수전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노코멘트'로 일관해왔다. 현대그룹의 인수자금 문제가 시장과 언론을 비롯, 정치권으로까지 비화됐지만 현대차그룹은 일절 입을 열지 않았다.
그랬던 현대차그룹이 갑자기 말문을 연 것은 무엇 때문일까? 또 상대편인 현대그룹뿐만 아니라 채권단과 매각 주간사에게까지 "법적 책임을 묻겠다"며 강경한 자세로 나서는 이유는 왜 일까?
◇현대차 "공식입장대로.."..`법적조치` 시사
이번 현대차(005380)그룹 입장 발표의 핵심 포인트는 무엇보다도 '채권단과 주간사에 대한 법적 조치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점이다.
물론, '본건 입찰이 정상적인 궤도를 찾지 못하는 경우'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와환은행과 현대그룹이 MOU를 체결한 이상, 현대차그룹의 법적소송은 정해진 수순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현대그룹의 잇단 법적조치 움직임에 대해서도 초지일관 '무대응'으로 일관해왔었다. 그랬던 현대차그룹이 법적조치라는 카드를 빼들게 된 이유는 "이번 기회를 놓치면 현대건설은 영원히 못 잡는다"는 인식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채권단과 현대그룹이 MOU를 맺은 것과 관련, "현대차그룹의 입장은 공식 입장에서 밝힌대로"라며 "법적대응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이번 인수전에서 현대그룹의 인수자금 성격이나 출처에 대해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권단과 매각 주간사는 물론, 현대그룹에 대해서도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 현대차그룹 "더 이상은 못 참겠다"
현대차그룹이 법적조치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 데에는 그동안 내부적으로 잠재돼있던 불만들이 수면위로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사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은 이번 사태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겉으로는 "어떠한 이야기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내부적으로는 현대그룹의 인수자금 문제에 대해 면밀한 검토작업을 진행해왔다.
대외적으로 이번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나서는 것에는 부담이 크다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생각이었다. 혹시라도 이번 인수자금 문제를 현대차그룹이 나서 '조장'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채권단의 결정을 숨죽여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현대그룹이 현대차그룹에 대해 법적소송에 나서고 채권단이 요구한 현대상선 프랑스 법인의 자금에 대한 대출계약서 제출을 거부하자 현대차그룹은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되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법적 공방` 어떻게 진행될까
외환은행과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 MOU를 체결한 만큼 현대차그룹은 공식입장에서 밝힌대로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자금과 관련된 각종 의혹과 문제제기에 주안점을 두고 소송에 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그룹이 그동안 시장과 채권단의 요구에도 불구,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 예치금 1.2조원에 대한 대출계약서를 제출하지 않았던 것은 그만큼 문제가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논리다.
따라서 현대차그룹은 이 부분이 현대그룹에게 있어 아킬레스건이라고 판단, 이 문제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본입찰 과정에서 채권단이 현대그룹의 인수자금 부분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하지 않았다는 점도 부각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이같은 움직임이 '뒷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현대그룹과 외환은행이 MOU를 체결하면서 '위법사항 발견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해지한다'는 조항을 넣은 만큼 현대차그룹이 할 수 있는 것은 매우 제한적이라는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위법사항이 발견될 경우, 현대차그룹은 이에 대해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하고 차순위협상자로서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딜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제 모든 공은 현대그룹과 채권단이라는 울타리 속으로 다시 들어갔다"면서 "현대차그룹은 울타리 안에서 이뤄지는 일들에 대해서는 제한적으로 오픈된 것을 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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