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식이 40만원까지 떨어진다고 생각해보세요. 회사의 펀더멘탈(기초체력)을 떠나 당장 이건희 회장이나 삼성그룹에 무슨 일이 터졌냐고 난리가 날 겁니다."
한 증권사 임원은 삼성전자가 주가관리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이같이 짧게 설명했습니다. 삼성전자(005930)처럼 현금이 많아 증자를 하거나 회사채를 발행할 필요가 없는 우량 기업일지라도 이러 저러한 이유로 주가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는 것이죠.
더욱이 대주주의 지분이 취약한 기업이라면 더욱 더 주가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펀드나 기업들을 우호주주로 확보했다고 하더라도, 주가가 마냥 떨어지면, 이들 우호주주들이 등을 돌릴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펀드나 법인이 보유한 주식에서 엄청난 평가손실이 발생한다면, 당장 투자자나 주주들이 반발할 것인데요, 이럴 경우 경영진이나 펀드매니저로선 큰 부담을 느끼게 되고, 우호주주를 포기하는 사태까지 빚어질 수 있습니다.
또 주가라는 것이 기업의 실적을 반영하는 거울이기 때문에, 펀더멘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업설명회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그러나 기업이 IR활동이나 CEO의 비전, 장기전략 등을 적극적으로 소개한다면, 최소한 주가의 디스카운트(할인) 만큼은 크게 해소할 수 있습니다.
그래선지 대개의 기업들은 자신들의 경영활동이나 향후 비전 등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들을 시장에 적극 알리려고 노력을 합니다. 이같은 현상은 미국 월가나 한국의 여의도 자본시장에서 보편적인 흐름이기도 하죠.
미래에셋은 잘 알려진대로 국내 주식형펀드 분야에선 볼륨이 가장 큽니다. 1조원이 넘는 대형 펀드도 여럿 운용하고 있죠. 펀드가 크다보니 삼성전자는 물론이고 삼성그룹 계열사 주식도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달리보면 미래에셋은 삼성의 주요 주주인 셈이죠.
아마도 요즘들어 삼성전자의 주가가 많이 떨어진데다, 주주로서 미래에셋 펀드의 영향력이 커지다보니, 삼성전자가 겸사겸사 미래에셋 오너에게 면담을 요청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시장에선 삼성전자의 이런한 모습에 조금은 낯설어 하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워낙 해외기관이나 외국인투자가에 포커스를 맞춰 IR 활동을 전개왔기 때문인지, 삼성전자가 국내기관의 상징인 미래에셋에 면담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매우 이례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이제서야 시대변화를 깨달은 것 같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2004년 적립식펀드 붐이 일면서, 펀드로 막대한 투자자금이 몰려들면서 국내기관들의 역량이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는데요, 삼성전자가 뒤늦게 변화를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죠.
다만, 시장에선 이런 얘기가 나옵니다. "LG필립스LCD만 보더라도 매분기 실적발표 때면 국내기관을 대상으로 IR을 먼저 하고, 그 다음에서야 외국인을 상대로 컨퍼런스콜을 한다. 삼성전자는 완전히 반대다. 사소해 보일지 몰라도, 삼성전자의 기본적인 자세를 읽을 수 있는 단초다. "
삼성전자가 수긍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이와 관련해 민후식 템피스투자자문 상무는 "한국 자본시장의 성숙도가 커지면서, 삼성전자가 이에 부응하려는 행보를 보이는 것 같다. 앞으로 국내기관을 중시하려는 삼성전자의 움직임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고 말하더군요.
삼성전자의 행보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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