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한국방송공사(KBS) 서울 여의도 연구동 사옥 여자 화장실에 불법 촬영 장비를 설치한 혐의를 받는 코미디언이 지난 2018년부터 이와 유사한 범행을 벌여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코미디언은 혐의를 인정하면서 피해자들과 합의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뜻을 밝혔다.
| (일러스트=이미지투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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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법 형사13단독 류희현 판사 심리로 14일 오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성적 목적을 위한 다중 이용 장소 침입행위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코미디언 박모(30)씨의 첫 공판이 진행됐다. 지난 6월 24일 구속된 박씨는 미결수를 뜻하는 황토색 수의를 입은 채 이날 공판에 모습을 드러냈다.
박씨는 지난 5월 서울 영등포구 KBS 여의도 연구동 사옥 여자 화장실에 침입해 불법 촬영 장비를 설치한 혐의 등으로 지난달 30일 구속 기소됐다. 그러나 검찰 조사 결과 박씨는 이번 범행뿐 아니라 이와 유사한 범행을 수십차례 벌여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는 2018년 10월 KBS 연구동 화장실에서 손을 칸막이 위로 뻗어 올려 화장실을 이용하고 있는 피해자를 촬영하는 등 지난 4월까지 총 32회에 걸쳐 화장실·탈의실에서 피해자들의 몸을 몰래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또 박씨가 지난 5월 상습으로 총 15회에 걸쳐 화장실·탈의실 등에서 용변을 보거나 옷을 갈아입는 피해자들을 촬영하거나 미수에 그쳤다고 보고 있다. 박씨는 이런 방식으로 확보한 불법 촬영물 7개를 저장매체로 옮겨 소지한 혐의도 받는다.
아울러 검찰은 박씨가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KBS 출연자 대기실에 초소형 카메라를 몰래 설치하는 등 총 22회에 걸쳐 불법 촬영과 촬영물 회수를 위해 KBS 건물 내 화장실·탈의실 등에 성적 목적으로 침입했다고도 판단했다.
이날 박씨 측은 검찰이 제기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박씨 측 변호사는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며 “사죄하는 마음으로 피해자들과 합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변호사는 또 피해자들과의 합의 진행을 위해 추가 기일을 잡아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박씨는 피고인을 확인하는 인정신문 때만 판사 질문에 답을 했을 뿐 재판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한편 이 사건은 지난 5월 29일 KBS 여의도 연구동 여자 화장실에 휴대용 보조 배터리 모양의 불법 촬영기기가 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되면서 알려졌다. 해당 연구동은 방송 시설인 본관, 신관과는 분리된 별도 건물이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곧바로 수사에 착수하자 박씨는 지난 6월 1일 새벽 경찰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또 조사 이튿날인 지난달 2일 박씨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아울러 경찰은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자 불법 촬영 장비 등에 대해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