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구역에서 담배광고" 흡연부스에 군침 흘리는 담배회사

서울시의회 금연구역내 흡연부스 허용 조례 개정 나서
담배회사 등 흡연부스 광고게재 대가로 무상 설치 제안
서울시 광고판 전락 우려에 공공성 가이드라인 제정 나서
  • 등록 2016-10-03 오후 7:20:00

    수정 2016-10-03 오후 7:20:00

서울 을지로입구역 흡연부스 (사진=최판술 서울시의원)
[이데일리 한정선 기자] 담배회사를 비롯해 통신사 등 일부 기업들이 강남구 등 서울시 자치구에 금연구역 내 흡연부스 설치를 제안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은 설치 및 관리비용을 부담하는 대신 흡연부스 내 광고게재 및 영업권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의 금연정책에 역행해 흡연부스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점에서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금연구역내 흡연부스 설치 허용 선회

기업들이 흡연부스 설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서울시가 금연구역인 지하철입구, 지정거리 등에 흡연부스 설치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한 영향이 크다.

인파가 몰리는 강남대로 등에도 흡연부스 설치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되면서 이곳을 선점하려는 기업들이 자치구를 대상으로 흡연부스 설치를 제안하고 나선 것이다.

서울시는 간접흡연 피해방지조례를 근거로 금연구역 내 흡연부스 설치를 원칙적으로 불허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내 실외 흡연부스는 총 33개이며 이중 금연구역 안에 설치돼 있는 것은 6개 뿐이다. 금연구역내 흡연부스는 을지로입구역 흡연부스와 같이 금연구역 지정 전부터 설치해 운영하고 있거나 시조례에서 제한한 구역 외 지역에 설치돼 있는 부스들이다.

서울시가 흡연부스를 허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은 최근 법제처가 상위법인 국민건강증진법이 금연구역내 흡연구역 지정에 대한 별도의 제한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흡연구역 지정을 제한한 시조례에 대한 개선안 마련을 권고한 때문이다.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금연구역 내 흡연시설 설치 허용 등을 골자로 한 조례개정안은 오는 11월 심의를 거쳐 12월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시조례 개정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최판술 서울시의회 의원(국민의당)은 “흡연자의 흡연권 보장은 물론 비흡연자의 혐연권을 실질적으로 지키기 위해서는 금연구역 내 흡연구역 설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돈되는 흡연부스 담배회사 등 ‘군침’

흡연부스 설치에 가장 관심을 보이는 곳은 담배회사들이다. 실수요자인 흡연자들이 집결하는 흡연부스에 광고판을 설치할 경우 광고효과가 클 뿐만 아니라 흡연자들의 흡연 편의를 도움으로서 담배 판매에도 일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밖에 통신사, 언론사, 전문마케팅회사 등에서도 흡연부스 설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루 유동인구가 수만명씩 되는 지역에 흡연부스를 설치하고 광고물을 게재할 경우 광고효과가 상당할 것이란 계산이다. 흡연부스는 설치비용이 개당 3000만원 선이다.

강남구 관계자는 “담배회사를 비롯해 유명 대기업부터 전문마케팅회사까지 많은 기업체들이 광고를 게재하는 조건으로 흡연부스를 설치하고 관리까지 해주겠다고 제안해 왔다”고 전했다.

서초구 관계자는 “모 담배회사에서 흡연부스를 제작해 설치해 주겠다고 제안을 해왔지만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거부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준향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사무총장은 “1년에 흡연으로 약 6만명이 사망하고 있는데 흡연부스를 마케팅 수단으로 삼으려는 기업들의 제안은 비도덕적”이라고 비난했다.

흡연부스가 기업 마케팅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서울시는 ‘실외 흡연부스 설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공공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흡연부스가 기업 광고판으로 전락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기업에 설치 및 위탁운용을 제한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제정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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