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부발전은 지난 22일 임금피크제 도입을 확정했다. 정부 권고안에 따라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곳은 민간기업과 공기업을 통틀어서 남부발전이 처음이다. 그런데 이틀 뒤인 24일 한국서부발전이 공공기관 중에서 ‘최초’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며 보도자료를 냈다. 다만 ‘노사합의에 따른’이라는 표현을 추가했다. 27일엔 전력거래소가 ‘준정부기관 중에서는 처음’이라면서 ‘최초 도입’을 강조했다.
남부발전과 서부발전이 서로 임금피크제를 ‘최초’로 도입했다고 주장하더니 전력거래소까지 동참한 것이다. 그나마 남부발전은 공공기관의 임금피크제 도입 신호탄을 쏘아올렸다는 점에서 ‘최초’를 주장할만 하다.
‘학습효과’도 홍보경쟁을 부추겼다. 지난 해 부채감축 및 방만경영 해소 등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추진 당시 지역난방공사와 동서발전이 우수기관으로 뽑혔다. ‘최초’ 타이틀을 따낸 것이 향후 경영평가에서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봤다.
정부가 청년일자리 확대 등 노동개혁에 워낙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이번엔 우리’라는 생각이 들었을 법 하다.
상급기관에 “우리 시킨대로 잘했습니다”라고 보고하는 식의 홍보·실적 경쟁은 청년고용을 확대하고 장년고용을 안정시키자던 임금피크제 도입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이를 보는 국민들의 마음도 편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