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올해 말 기촉법이 일몰 적용을 앞두고 있어 속도를 내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기업과 채권금융기관은 “중재기능이 필요하지만 ‘자율성 침해’와 ‘시장 부작용 확대’가 우려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금융위 “금감원 권한 확대 아니다”
금융위의 이번 방침은 암묵적으로 워크아웃에 개입해온 금감원의 외압 의혹 해소와 신속한 워크아웃을 추진하겠다는 두 가지 의도로 해석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내기업의 부실화 리스크를 대비하기 위해 선제적이고 상시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지만, 현행 방식으로는 금감원의 암묵적인 개입만 많아질 뿐 확실한 워크아웃 개선 효과를 볼 수 없다”며 “신속한 워크아웃 추진과 그에 따른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금감원 역할을 법에 명시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기촉법은 워크아웃 과정에서 금감원의 개입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워크아웃 과정에서는 금감원이 개입해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있다.
금융위는 ‘런던 어프로치’(London approach)를 통해 영국 정부가 영란은행의 워크아웃 개입을 인정하듯 국내 기촉법 개정을 통해 금감원의 개입을 인정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런던 어프로치란 70년대 경기 불황으로 대규모 기업부도 사태가 발생하자 고안된 영국의 기업 구조조정에 관한 법이다.
이 관계자는 “영미법(네거티브제)을 따르는 영국과 달리 우리나라 법 체제는 대륙법을 바탕으로 법규 내(포지티브제)에서 금감원의 역할을 해석하고 규정해야 하기 때문에 기촉법 내에 명시해야 한다”며 “국내법이 일단 안되는 것만 규정하고(네거티브제) 판례를 통해 법을 공고화하는 영국의 법체제와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워크아웃 과정에서의 금감원의 역할을 법에 명시하는 것이 ‘전지전능’한 권한을 주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채권단과 기업이 자율적으로 협상을 통해 워크아웃 방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금감원의 권한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해 법안을 개선할 방침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이해관계자 간 동등한 협상이 가능하도록 채권은행과 기업 간 ‘힘의 균형’부터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국회와 정부가 방안을 마련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개정될 기촉법은 총여신 규모 500억원 이상의 기업만 워크아웃 대상으로 했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중소기업까지 대상이 될 수 있도록 기준을 대폭 완화할 방침이어서 그 필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채권단·기업 ‘자율성 침해 vs 중재자 필요’
시중은행 한 고위관계자는 “금감원의 개입을 공식화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며 “현재보다 채권금융기관에 자율성을 더 부여해도 모자랄 판에 정상적인 워크아웃은 물 건너갔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런던 어프로치는 네거티브 규제 내에서 영란은행이 하지 말아야 것들을 정리하는 차원”이라며 “열거주의(포지티브) 규제를 채택한 국내에서는 금감원이 하나부터 열까지 ‘하라, 하지마라’고 정해주기 때문에 원활한 워크아웃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이달 말 의원발의로 기촉법에 이러한 내용을 담는 것 역시 시장에서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법 개정안에 새로운 규정방안을 포함하려면 그에 따른 시장에서의 파급효과와 부작용 등을 충분히 살피고 시뮬레이션을 해야 한다”며 “조급한 개정처리에 따른 앞으로의 부작용은 결국 시장과 기업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편에서는 금감원의 중재역할도 필요하다는 견해다. 채권 금융회사 관계자는 “적절한 수준의 이해 중재자 역할은 필요하다”며 “그 역할은 감독 당국이 맡아야 힘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