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의 뿌리인 재일교포 주주 및 이사들, 그리고 노조의 반대 기류가 형성되면서 신한지주(055550) 이사회에 사장 해임 안건이 상정될지 여부가 불투명한데다 이사회 조차 언제 열릴지 오리무중인 상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 사장 해임안건이 상정되지 않은 채 이사회만 열리거나 혹은 이사회 조차 열지 못할 경우 이번 사태의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렇게 되면 신한금융의 견고했던 리더십이 흔들리고, 조직 안정을 꾀하기도 어려운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이 행장, 도쿄 방문 후 이사회 가닥잡을 듯..이번주 최대고비
6일 신한은행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재일교포 주주 및 이사를 만나기 위해 오사카를 방문했으나 별다른 소득을 올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이백순 신한은행장이 이날 오후 도쿄를 방문해 재일교포 사외이사인 정행남 이사(재일한인상공회의소 고문)와 김휘묵 이사(삼경인벡스 전무) 등을 만날 예정이다. 신 사장을 고소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이사회에 해임안건을 상정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하기 위해서다.
신한지주는 이 행장의 오사카 방문 때 재일교포 주주 및 이사들이 신 사장의 해임에 대해 비우호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이사회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만큼 이번 도쿄 방문 결과에 따라 이사회 개최 여부와 일정, 신 사장 해임안건 상정 등에 대해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 이사회는 12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 가운데 4명이 재일교포다. 정 이사와 김 이사는 도쿄에 자리를 잡고 있는 반면 히라카와 요지 선이스트플레이스코퍼레이션 대표와 김요구 삼양물산 대표는 각각 오사카와 나고야에 기반을 두고 있다.
◇ 장기화 국면으로 가나..신한금융 안팎 파열음 고조
신 사장 해임 여부를 둘러싼 신한금융 안팎의 파열음이 점점 커지고 있다. 신 사장이 행장 재직 시절 저지른 잘못에 대해 단죄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주장과 검찰 조사 결과도 없이 해임을 서두르는 것은 권력다툼으로 비쳐질 소지가 다분하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신한은행 한 임원은 "신 사장의 배임과 횡령이라는 사실에 초점을 둬야한다"며 "후계자간 권력다툼이라는 언론보도는 본질을 흐릴 수 있는 부분"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 일본에 정통한 다른 관계자는 "신 사장이 그동안 행장으로 있으면서 돈을 벌고 은행에 기여했던 점을 감안하면 대출이 부실화됐다고 최고경영자를 고소한 것에 대해 재일교포 주주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저녁 일본 오사카에선 2세대 젊은 주주들로 구성된 대주주(주식 100만주 이상) 클럽이 대책회의를 가질 예정이어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재일교포 주주들은 신한지주 지분 17% 가량을 갖고 있는 최대주주군이다.
노조에서도 검찰 조사 결과 없이 신 사장을 해임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비춰 신한지주와 은행이 이사회를 강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신한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 이럴 경우 신 사장에 대한 거취는 검찰 수사가 끝난 이후에나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 신한 유례없는 최대위기..평판리스크·리더십 큰 상처
검찰 조사가 언제 끝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신한지주의 리더십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금융권은 우려하고 있다.
특히 `라응찬-신상훈-이백순`에 이르는 견고한 지배구조를 자랑하고 이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신한맨`들로선 자손심에도 큰 상처를 입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회사로서 가장 중요한 평판리스크 및 운영리스크에 입힌 상처는 말할 것도 없다.
특히 어윤대 KB금융(105560)지주 회장도 칭찬한 선제적 리스크관리 능력에 대해 신한은행 한 실무부서장은 "비결이라고 할 것까진 아니고 결국 CEO가 어떤데에 관심을 갖느냐에 달려있는 것 아니냐"며 "CEO가 매일 연체율 등 건전성관리에 신경쓰고 체크한다면 항상 관리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바꿔 말하면 CEO의 관심이 딴 곳으로 돌아가면 구멍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의미하기도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채 사그라들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사태로 이 행장 뿐 아니라 최고경영진들의 역량이 집중되지 못하면 결국 신한금융의 경쟁력 약화라는 화살로 돌아 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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