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적도 부근 무역풍이 해수면 온도를 끌어올리는 ‘엘리뇨 현상’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옥수수 수출량이 반토막 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잠비아와 짐바브웨 등 수입 의존도가 높은 주변국들이 수출 감소의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사진=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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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남아공 농업기업 회의소를 인용해 남아공은 올해 4월부터 오는 2025년 4월까지 1년간 144만톤(t) 규모의 옥수수를 선적할 것으로 전망했다. 직전 해 선적량 344만t에 견줘 58% 급감한 수준이다. 엘리뇨 현상으로 경작지가 초토화되면서 옥수수 수확량은 지난 2019년 이후 5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됐다.
남아공의 생산량 감소로 주변국들은 비상이 걸렸다. 남아공의 경우 자급이 충분하지만, 옥수수 수확량이 반토막 이상 난 짐바브웨와 잠비아는 수입처 확보에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커졌다.
남아공 농업기업 회의소는 “남아공의 수확량이 작으면 생산량이 각각 66%, 54% 감소한 짐바브웨와 잠비아를 포함한 국가들의 선택지가 제한될 것”이라며 “이는 양국이 200만t 이상 옥수수를 수입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남아프리카 지역 옥수수 수급 불균형은 올 연말과 내년 1분기에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올 여름 엘리뇨로 인한 가뭄 영향은 현재 수확한 옥수수가 소진된 시점이기도 하다.
짐바브웨는 현재 옥수수 수확량이 74만4271t으로 2016년 가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약 200만t에 달하는 국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기상 이변에 더해 많은 농부들이 비료를 살 수 없는 점도 작황 감소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잠비아의 옥수수 생산량 역시 16년 만에 최저치인 150만t으로 떨어졌다.
이에 잠비아 정부는 지난주 탄자니아에서 최소 50만t 규모 옥수수를 수입하기로 합의했다. 짐바브웨 제분업자들은 러시아, 멕시코, 아르헨티나, 브라질, 미국을 포함한 국가들로부터 140만t을 수입하기로 했다. 짐바브웨 정부는 내년 3월 말까지 인구의 60%에 해당하는 900만명이 식량 원조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아프리카 보츠와나의 모크베시 마시시 대통령은 최근 “곡물 생산량이 연간 예상 수요의 6%에 불과한 극심한 농업 가뭄이 예상된다”면서 “브라질에서 옥수수를 수입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