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 불황의 그림자…서비스수지 직격탄 맞았다

경상수지 55개월째 최장 흑자 기록했지만…
9월 서비스수지는 5년9개월만 적자 폭 최대
해운업 불황 깊은데다…한진해운 사태 겹쳐
몇년째 '불황형 흑자' 변화 조짐은 긍정기류
  • 등록 2016-11-01 오전 10:50:14

    수정 2016-11-01 오전 10:50:14

한국은행이 매달 집계하는 경상수지 가운데 서비스수지 항목의 운송수지 추이. 지난해까지만 해도 운송수지는 대표적인 흑자 항목이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해운업황이 부진해지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단위=억달러. 출처=한국은행.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55개월째 사상 최장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 9월 경상수지는 82억60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경상수지 흑자는 상품과 서비스의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가 수입으로 지급한 외화보다 더 많다는 의미다. 쓴 돈보다 번 돈이 더 많은 가계와 그 원리가 비슷하다. 저성장 장기화에도 경상수지가 몇 년째 흑자인 건 우리 경제에 있어 일종의 방파제와 같다.

다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또다른 복잡한 사정이 얽혀있다. 올해 들어 주목 받는 건 서비스수지가 적자 추세로 전환했다는 점이다. 서비스수지는 경상수지 항목 중 상품수지보다 그 비중은 작다. 하지만 해운업 불황이 계속되면서 서비스수지 적자가 계속되는 건 심상치 않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는 해운업에 강했다. 그래서 서비스수지 중 운송 부문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흑자 항목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올해 들어 갑자기 고꾸라지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회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9월 서비스수지는 5년9개월만 적자 폭 최대

한국은행이 1일 발표한 올해 9월 국제수지(잠정) 결과를 보면, 9월 경상수지는 82억6000만달러 흑자였다. 이는 전월(52억8000만달러) 대비 흑자 규모가 확대된 것이다.

9월 경상수지 중 상품수지의 흑자 규모는 107억6000만달러였다. 지난 8월(70억5000만달러)보다 30억달러 이상 증가했다. 이는 수입(343억4000만달러→332억5000만달러)은 소폭 줄었지만 수출(413억9000만달러→440억1000만달러)은 크게 늘어 생긴 현상이다.

하지만 서비스수지는 오히려 적자 폭이 커졌다. 9월 서비스수지 적자는 25억4000만달러였는데, 이는 2010년 12월(26억5000만달러 적자) 이후 5년9개월 만에 가장 많은 규모다.

서비스수지를 구성하는 항목 중 두드러진 건 운송 부문이다. 9월 적자는 2억4000만달러였다. 운송 부문의 적자는 올해 들어 계속되고 있다. 8월(3000만달러 흑자)을 제외하면 매달 적자였다. 과거 흑자 행진과 비교하면 그 기류가 확 바뀌었다.

정규일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운송 부문은 기본적으로 흑자 항목”이라면서도 “올해 들어 해운업 업황 자체가 부진하고, 최근 한진해운 법정관리 영향도 컸다”고 말했다.

해운업 부진은 세부 항목에서도 확인된다. 운송 부문은 △해상운송수지 △항공운송수지 △우편 및 상업송달 서비스수지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이 중 단연 적자 폭이 큰 게 해상운송수지다. 9월 해상운송수지는 2억6000만달러 적자로 전월(5000만달러 적자) 대비 그 폭이 커졌다. 운송수지 적자 폭의 대부분이 해상운송수지에서 나온 것이다. 또 해상운송수지 중에서도 해상운송여객수지, 해상운송기타수지보다 해상운송화물수지의 감소가 특히 눈에 띈다.

한은 관계자는 “해상운송화물수지 감소가 해상운송수지 적자, 운송수지 적자, 서비스수지 적자로 쭉 이어지고 있다”면서 “해운업 불황의 여파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회복 시기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한진해운의 기존 해양운송 수입을 국내 해운사가 대체한다면 서비스수지 적자 폭을 만회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당분간 큰 폭의 적자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정태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한진해운 사태는 일단 올해 내내 경상수지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제1차관(맨 오른쪽)이 1일 서울 여의도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열린 한진해운 관련 합동대책 19차 TF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몇년째 ‘불황형 흑자’ 변화 조짐은 긍정기류

그렇다고 경상수지에 부정적인 함의만 있는 건 아니다. 몇 년째 논란이었던 ‘불황형 흑자’가 변화할 조짐을 보이는 게 대표적이다. 경상수지 흑자는 그동안 수출이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는 와중에 수입은 더 좋지 않아 생기는 측면도 엄연히 있었다. 가계로 따지면 돈을 적게 버니 쓴 돈도 줄인 것이다. ‘건강하지 않은’ 구조다.

그런데 최근 들어 수입에서 반등의 기미가 보이고 있다. 9월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0.1% 증가했다. 8월(0.5%↑) 당시 2014년 9월(0.2%↑) 이후 23개월 만에 플러스 전환한 이후 두 달째다.

특히 자본재 중 기계류·정밀기기의 수입이 통관 기준 11.6% 증가했다. 최정태 팀장은 “기계류·정밀기기는 반도체 제조장비 등을 말한다”면서 “이는 추후 국내 설비투자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선순환 구조의 시발점”이라고 해석했다.

수출 역시 마이너스(-) 증가율 폭이 줄어들고 있다. 9월 수출은 2.4% 감소했는데, 이는 전월(-3.7%)보다 그 폭이 줄어든 것이다.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늘면서 흑자가 발생하는 ‘정상궤도’로 가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한편 경상수지 항목 중 본원소득수지의 흑자 규모는 8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8월 6억1000만달러 흑자에서 소폭 확대됐다. 이전소득수지는 7억9000만달러 적자였다.

8월 금융계정은 106억5000만달러 순자산 증가를 보였다. 이 중 직접투자는 내국인 해외투자가 전월(21억6000만달러)보다 소폭 줄어든 16억3000만달러 증가를 나타냈다.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6억달러 증가했다.

증권투자의 경우 내국인 해외투자가 8월 83억7000만달러보다 줄어든 69억8000만달러 증가를 나타냈다. 외국인 국내투자는 19억4000만달러 감소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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