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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면세점 대전의 중심에 있는 서울 동대문을 둘러봤다. 평일 오후 시간이라 매장 내부는 한산했지만, 대로변에는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를 실은 관광버스가 주·정차를 반복했다. 두타 앞 노점상에서 허기진 배를 채우려는 유커들이 어묵, 핫도그 등 길거리 음식을 주문하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이미 양손에는 쇼핑백을 여러 개 들고 만족스러운 얼굴이다.
이곳에서 만난 한 상인은 “지난 6월 메르스로 매출이 최저점을 기록했다. 최근 들어 겨우 매출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면서 “지난 여름에도 여러 업체가 동대문에 면세점을 유치하겠다고 나서 기대를 해봤는데 안돼 실망을 많이 했다. 물론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면세점이 생기면 우리 쪽 손님도 당연히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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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타 1층에서 ‘지 웨이브’ 매장을 운영하는 김선호 디자이너는 “요즘 유커들 사이 한국 로컬 패션브랜드들이 입소문을 타는 등 인기가 높다”면서 “동대문에 면세점이 들어온다면 중국인 관광객에게 우리 브랜드를 알리는 기회가 될 수 있어 해외시장 진출이 한층 더 수월해 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실 동대문을 두고 두산과 SK의 싸움에서는 두산이 다소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지난 16년간 동대문에서 두타를 운영해온 지역 터줏대감이다 보니 이 일대를 두산만큼 아는 기업도 드물다. 입지나 인지도로 판단할 때도 두산이 다소 앞선다.
두타는 서울 지하철 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과 바로 연결되는 초 역세권에 속하지만 케레스타의 경우 역에서 도보로 10분가량 소요된다. 지하보도만 건너면 건너편 동대문디지털플라자(DDP)에 갈 수 있어 관광객 방문도 용이하다. 특히 ‘동대문’하면 두타를 바로 연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두산이 ‘동대문 살리기’에 주력하는 이유는 동대문 상권이 잠재력만큼 발전하지 못하고 오히려 퇴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대문관광특구협의회 통계를 보면 지난 2014년 동대문 상권의 연간 매출액은 12조4000억 원으로 지난 2002년보다 32% 감소했다. 두산은 면세점 유치를 통해 이처럼 내리막을 걷는 동대문 상권을 부활시키겠다는 각오다. 면세점이 들어서면 향후 5년간 동대문으로 유입되는 관광객은 1300만명 규모로 늘 것으로 추정되며 2020년에는 전체 지출 규모가 현재의 2배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현수 두산 사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상생(相生)’을 키워드로 한 면세점을 통해 그동안 발휘하지 못한 동대문의 잠재력을 펼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면세점 유치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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