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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양승준 기자]“겁났다.” 장진(42)감독은 김광석(1964∼1996) 노래를 소재로 한 뮤지컬 제작을 맡게 된 것에 대해 “부담이 컸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그가 극작과 연출을 맡은 작품은 ‘디셈버:끝나지 않은 노래(이하 ’디셈버‘). 1995년 희곡 ’천호동구사거리‘가 신춘문예에 당선돼 극작 및 연출의 길에 들어선 후 18년 만의 뮤지컬 도전이다. 후발주자로서의 부담감도 컸다. ‘디셈버’가 ‘그날들’과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 이어 올해 세 번째로 선보일 김광석 주크박스 뮤지컬이기 때문이다. 특히 후배인 장유정이 연출했던 ‘그날들’과의 비교를 걱정하는 눈치였다.
“안 그래도 얼마 전 송영창 선배 아버님 상가에 갔다 장유정을 만났어요. 마치 서부영화의 한 정면처럼요. 장 연출에게 ’당신이 뉴(‘그날들’ 제작사)랑 만나 이 작품 하면 안되겠냐‘는 말을 농담으로 했죠.(웃음)같은 가수에서 출발해 두 갈래로 나오는 셈이라 비교를 많이 당할 거라 봐요. ’그날들‘에 대한 부담감이 아주 많았죠.”
그만큼 각오는 비장했다. 장 감독은 ’디셈버‘ 대본 작업에 집중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방송(’SNL코리아‘)까지 접었다. 모험에 나선 이유가 뭘까. 장 감독은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올까 싶었다”고 했다.
“뮤지컬 제작에 대한 꿈은 예전부터 꿨어요. 못했던 이유는 라이선스 뮤지컬에 대한 답답함 때문이었죠. 안무, 대사, 무대를 그대로 가져와야 하니까요. 그러던 중 라이선스 뮤지컬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창작뮤지컬의 기회가 왔고요. 우리가 기억하고 싶은 음악(김광석 노래)마저 내 앞에 오니 안 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깡다구‘를 부려봤죠. 하하하”
“김광석의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젊은 어느 한 시절 그의 고민과 낭만을 흉내 냈던 세댑니다. 김광석의 음악으로 뭔가를 한다는 전 즐거운 일이죠.”
하지만 제작자로서 김광석의 음악은 선물이자 숙제였다. “노랫말을 건드리지 않고 새로운 이야기를 이끌어 내는 게 어려운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가사를 보면 신파 외에 나올 수 있는 이야기가 없거든요. 이 가사로 어드벤처나 느와르물을 만들 순 없잖아요. 그래도 김광석의 노랫말은 포기할 수 없겠더라고요. 오랜 시간 사람들을 보듬고 울린 노랫말이잖아요. 나도 머리를 짜냈지만 편곡·음악팀에 기대기도 했어요. 우리나라 음악인들은 김광석에 음악적인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해 과감한 편곡이 어려울거라 걱정했는데 기우였어요. 신선한 곡이 나왔죠. 원곡의 미덕을 잘 보호해주며 대형뮤지컬에 맞는 곡을 써줬어요.”
장 연출은 김광석의 노래에 청춘의 풋풋한 사랑 얘기를 입혔다. ’디셈버‘는 1992년 서울과 현재의 서울을 오가며 지욱(김준수·박건형), 이연(김예원·오소연), 여일(김슬기)사이 엇갈린 사랑과 현재를 그린다.
△ 뮤지컬 ‘디셈버:끝나지 않은 노래’=12월6일~2014년 1월29일,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02-3484-3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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