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SPN 박미애기자] "굉장히 설레고 떨리는 작업이었어요."
배우 박진희가 밝힌 영화 '궁녀'(감독 김미정)의 출연 소감은 그랬다.
이번 작품을 통해 박진희는 배우 생활 10년 만에 첫 원톱 주연을 맡았다. 때문에 기대 못지 않게 부담감 역시 상당한 게 사실이다.
"배우라면 누구나 원톱에 대한 꿈이 있잖아요. 전 그 꿈을 무려 데뷔한지 10년 만에 이뤘어요. 때문에 처음엔 굉장히 설레고 또 떨렸던 기억이 있어요. 하지만 과하면 부족한 것만 못하다는 말도 있잖아요. 기대만큼이나 책임감, 부담감도 컸기 때문에 그 이후부턴 '원톱'에 대한 생각을 아예 하지 않으려고 마인드 컨트롤을 많이 했어요."
박진희가 영화 '궁녀'에서 맡은 역할은 궁 안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치료와 수사를 담당하는 내의녀 천궁이다. 서까래에 목을 맨 궁녀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되고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천궁이 나선다.
자살로 사건을 종결하라는 감찰상궁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천령은 타살 쪽에 확신을 갖고 사건을 파헤쳐나간다.
한마디로 천궁은 용감한 여인이다. '눈 감고, 귀 막고, 입 다물어야' 살 수 있는 궁속에서 진실에 접근하고자 목숨도 아까워하지 않는다.
그렇다. '궁녀'는 여자들의, 여자들에 의한, 여자들을 위한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연을 비롯한 주요 출연자들이 여성이고 작품을 연출한 감독 역시 여성이다. 사건을 만든 것도 여성이고, 사건을 해결하는 열쇠를 쥐고 있는 것도 여성이다. 보기 드물게 여성 중심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영화다.
이야기가 자주 삼천포로 빠지는 바람에 정작 영화 이야기는 많이 하지 못했지만 그녀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자니 천궁 못지않은 패기가 박진희에게서도 묻어난다. 원래 이렇게 당찬 여인이었던가.
"이렇게까지 외향적인 성격은 아니었어요. 밝고 씩씩하긴 했지만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에 있어선 다소 서툰 편이었죠. 하지만 나를 드러내지 않으면 안 되는 직업이 바로 배우잖아요. 10년간 배우 생활을 하면서 바로 그런 점을 자연스럽게 체득한 것 같아요."
2005년 영화 '연애술사'에 출연하기 전까지만 해도 '청순가련' 이미지가 컸다. 그러다가 '연애술사' 출연을 계기로 당차고 적극적인 모습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녀 자신도 쿨하게 그리고 핫하게 변했다.
그렇게 선택한 작품 중 하나가 '궁녀'다. 박진희는 이 영화를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물론 결과물에 대한 아쉬움은 있어요. 편집된 걸 봤는데 단점만 부각돼 보이는 거예요. 특히 고문 받는 신은 '왜 저렇게 밖에 못 했을까'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촬영 당시에도 연기를 해야 하는데 그 아픔이 어떤 것인지 몰라서 헷갈려 했던 기억이 있구요. 하지만 그렇다고 지나간 일에 연연하다 보면 나만 불행해지니까, 빨리 훌훌 털어버렸죠."
시원한 입담만큼이나 행보 또한 거침이 없다. 최근 들어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종횡무진 하는 박진희를 보고 있자니 앞으로의 행보 또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사진 = 김정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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