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조건만남' 논란된 ‘멘헤라 공원’에 청소년 상담소 연 경찰

중학생 성매매로 논란 된 홍대 경의선 숲길
마포경찰서, 청소년 상담소 열고 '경찰 굿즈' 나눠줘
"중학생들 우르르 몰려와 '인생 상담'...당연한 일 했을 뿐"
  • 등록 2023-11-03 오전 10:45:06

    수정 2023-11-03 오전 11:19:09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홍대입구역 인근 경의선 책거리 광장에 일명 ‘멘헤라 문화’를 추구하는 청소년이 몰려들며 미성년자 성매매 등 사회 문제가 발생하자 경찰이 해당 위치에 ‘청소년 상담소’를 열어 화제다.

홍대 인근 경의선 책거리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멘헤라 공원’으로 불린다. 이 공원 바로 뒤편에는 마포서 홍익지구대가 있다. 마포서에서는 해당 공원에 청소년 비행 문제를 우려해 최근 거점 순찰을 지속하고 있다고 한다. (사진=김혜선 기자)
‘멘헤라’는 정신건강(Mental Health)이 좋지 않은 사람을 뜻하는 일본 신조어다. 가정폭력, 학교폭력 등 다양한 이유로 정신적 상처를 가지고 자해를 하거나 애정결핍적인 행동을 보이는 사람을 ‘멘헤라’라고 부른다. 또 다른 말로는 ‘지뢰계’도 있다. 예쁜 외모를 가졌지만 ‘건드리면 지뢰같이 터지는 여자’로, 가까워지면 불안정한 정신 건강으로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경의선 책거리에서는 주말 저녁마다 ‘멘헤라 문화’에 심취한 청소년들이 몰려와 틱톡 영상을 찍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들의 복장은 대체로 레이스가 달린 화려한 옷에 높은 통굽 구두다. 순정만화 주인공 같은 옷을 입고 애니메이션 노래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한다. 이런 문화를 즐기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일부는 자해를 하거나 성매매로 빠지는 경우도 있어 사회적 문제가 됐다. 최근 유튜버 카광이 공개한 ‘홍대 지뢰계, 2023년 가출 청소년의 삶’ 영상에서도 16세, 14세 중학생이 “남자 만나서 돈 벌었다. 처벌도 안 받았다. 여중생이라서 무적이다. 앱으로 만나는데 미성년자라고 밝힌다. 30분에 35만원 정도 받는다”고 밝혀 충격을 주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경의선 책거리 공원 인근에 설치된 경찰 청소년 상담소. (사진=엑스 @wooungeayo)
그런데 최근 경의선 책거리에는 이러한 ‘멘헤라’들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마포경찰서에서 이 공원 인근 순찰을 강화하고 최근에는 임시 ‘청소년 상담소’까지 열었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이 많이 이용하는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에서도 최근 ‘멘헤라공원’ 태그를 단 영상에 “경의선에 경찰 떴다”, “경의선에 또 경찰 떴다”, “평일 저녁에도 멘공(멘헤라 공원)에 경찰 다녀갔다”는 등 영상이 게시됐다.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에 올라온 경의선 책거리를 순찰하는 경찰. (사진=틱톡 캡처)
이에 마포경찰서 관계자는 이데일리에 “경의선 책거리 광장에 오는 청소년들은 여러 고민을 가진 중학생이 대부분이다. 핼러윈데이를 맞아 지난달 27~28일 청소년 상담소 부스를 운영했다”며 “중학생들 열댓 명이 몰려와 가족 문제, 학교 문제, 친구 문제 등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이어 “홍익지구대에서는 일찌감치 경의선 책거리 광장에서 카메라 단속 및 거점 근무를 하고 있었다. 마포서에서도 순찰차를 한 대 세워두고 근무 지원을 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유튜브 등에서 좋지 않게 표현이 됐지만 대부분 평범한 중학생들이다. 복장이 좀 특이하지만 일종의 취미고, 나름대로 공부도 하고 열심히 사는 아이들”이라며 “경찰이 순찰차 모형의 열쇠고리를 나눠주거나 포돌이 수첩을 나눠주면 정말 좋아하면서 가져간다. 장래희망이 ‘경찰’이라고 말하는 아이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질 것 같으면 대부분 시민들이 신고를 하신다”며 “상담소는 청소년 비행 사고 예방을 위해 운영한 것이다.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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