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굿쟁이' 눈물 흘린 사연은…민족굿 '얼빛 아리랑'

'아리랑' 신화적 상상력으로 재해석
연극 바탕 음악·춤·미술 어우러져
"나는 굿쟁이…민족 수난사 굿으로 풀어내"
원로 배우·신세대 배우들 함께 꾸리는 무대
1월 21~31일 대학로예술극장 3관
  • 등록 2016-01-15 오후 2:13:55

    수정 2016-01-15 오후 2:22:30

지난 13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연습실에서 민족굿 ‘얼빛 아리랑’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사진=이윤정 기자 younsim2@).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20대 젊은이들과는 나이차가 상당히 난다. 민족사를 다룬 작품을 이해하지 못할 줄 알았는데 젊은이들의 의식 저변에 우리의 ‘역사’가 있더라. 그걸 끌어냈더니 불타오르는 엄청난 에너지가 있었다.”

무세중 연출.
1세대 한국 행위예술가인 무세중(80) 극단 대동극회 대표는 젊은 세대의 무한한 잠재력을 이야기하며 끝내 눈물을 훔쳤다. 13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연습실에서 열린 민족굿 ‘얼빛 아리랑’의 제작발표회 현장에서다. 무 대표가 말을 잇지 못하자 김혜련 서울 극단 대표(전 서울시극단장)가 거들었다. 김 대표는 “(무 대표가)오랜만에 젊은 배우들과 작업을 하면서 절망 속에서 희망을 본 것 같다”며 “이번 작품을 통해 다음 세대에 ‘얼빛 아리랑’을 심어주고 있다”고 했다.

‘얼빛 아리랑’은 아리랑을 우리 겨레의 신화적 상상력으로 재해석한 작품. 민족의 역사와 아리랑에 담긴 정신을 새롭게 예술적으로 형상화했다. 삼신할매가 낳은 ‘아.라.랑.얼.쑤’ 5명이 우리 민족을 대표해 지금까지 흘러온 역사를 홈니버스 형태로 보여준다. 연극을 바탕으로 음악과 춤, 미술이 어우러진다. 극단 서울과 극단 대동극회가 함께 손잡고 만든 극단 한밝의 창단공연으로 문화체육관광부의 원로예술인 공연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총제작을 맡은 김 대표는 “무세중 선생은 굉장한 민족주의자이고 선생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며 “우리 민족의 근성을 토대로 한 민족적인 연극을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작품의 기획 의도를 밝혔다.

1958년부터 통일·환경·민주를 주제로 공연을 펼쳐온 민족굿의 창시자인 무 대표가 직접 극을 쓰고 연출을 맡았다. 무 대표는 “스스로 행위예술가라는 말을 쓴 적이 없다”며 “한 평생 오직 굿에만 맹종했을 뿐이다. 나는 ‘굿쟁이’다”고 말했다. 이어 “외세의 침략에도 민초들은 꿋꿋하게 대항하며 우리의 역사를 지금까지 이끌어왔다”며 “‘아리랑’은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우리 민족의 얼이 모두 담겨 있다. 아리랑을 바탕으로 우리 민족의 수난사를 굿으로 풀어봤다”고 설명했다.

원로배우 김인태, 백수련, 반찬빈, 김혜련, 염경환 등이 무대로 돌아왔다. 중견배우 무나미, 김춘기, 양윤석 등을 비롯해 신세대 배우 장윤정, 윤대영, 유희제 등이 출연한다. 오는 21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3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지난 13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연습실에서 민족굿 ‘얼빛 아리랑’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사진=이윤정 기자 younsim2@).
민족굿 ‘얼빛 아리랑’(사진=극단 한밝).
민족굿 ‘얼빛 아리랑’(사진=극단 한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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