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관광사업 성공사례탐방③] 막걸리 익는 마을…(주)달하

'싸고 서민적인 술' 이미지깨고 역사 속 '전통 명품술' 재현
은은한 국화꽃향 '자희향' 첫선
위스키, 와인처럼 무드 잡기 '딱'
외국인에 한국 문화 전파 효과는 '덤'
  • 등록 2013-09-17 오후 5:44:42

    수정 2013-09-17 오후 5:44:42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의 화두는 단연 창의성과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창조경제 실현이다. 관광분야에서도 창조경제 실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관광산업의 융·복합을 위한 다양한 사업이 그 일환이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사업은 ‘창조관광사업 공모전’이다. 2011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관광부문의 창업과 연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 아래 ‘창조관광사업 공모전’을 실시하고 있다. 공모전이 열린 지난 3년간의 성과는 눈부시다. 총 1331개팀이 출품해 그중 80개팀의 아이디어가 선정됐다. 이들 중 사업화에 성공한 업체는 52개소에 이른다. 올해도 1004팀의 사업아이디어가 출품돼 88개팀이 수상하는 등 나날이 공모전에 대한 관심과 규모가 커지고 있다. 이데일리가 문화체육관광부·한국관광공사와 공동으로 공모전에 당선한 업체 중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업체들을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달하의 막걸리바 자희향에서 판매하고 있는 자희향 탁주
▲막걸리를 한국 대표 ‘아이콘’으로

“프랑스의 에펠탑이나 와인처럼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아이콘’이 필요하다. 이런 아이콘은 그 나라의 고유한 상징이나 인물, 스토리를 매개로 이루어진다. 이는 관광산업 등의 경쟁력 측면에서 파급력이 크기에 대단히 중요하다.”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2009년 부임한 이후 입버릇처럼 해온 말이다. 명품이라고 할 때 그 상품을 대표할 만한 스토리와 고급화 전략이 있듯, 한국이라는 브랜드에 명품의 가치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 명품이 바로 ‘아이콘’이다. 이 사장은 “아이콘을 만들기 위해 억지로 스토리를 담는 것보다 역사와 문화 속에 깊이 밴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조관광사업공모전도 이 같은 맥락. 다른 산업과의 ‘빅뱅’으로 우리나라의 대표 ‘아이콘’을 발굴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번에 소개할 달하(대표 김준수·42)는 우리 전통주 명인의 제품과 체험요소를 상품화해 판매하는 회사로 지난해 창조관광사업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이 사장이 말해온 ‘아이콘’과도 부합되는 아이디어이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최근 드라마와 K팝이 선도한 한류 열풍이 한국문화 전반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부분적인 관심만으로는 전체적인 한국문화를 이해하는 데 분명한 한계가 있다”며 “달하는 우리 전통주인 막걸리로 외국인들이 한국을 여행하고 직접 문화를 체험하도록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김준수 (주)달하 사장. 김준수 사장이 전통주 자희향을 맛보고 있다. 그는 “자희향은 와인잔에 따라 마셔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향과 맛이 있다”고 말했다.
▲‘막걸리의 변신은 무죄’…와인잔에 담긴 ‘자희향’

달하는 서울 덕수궁길 경향아트홀 2층에 자희향이라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자희향은 제품명이기도 하다. 김준수 사장은 자희향을 두고 “우리 전통주를 서울에서 제대로 맛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매장 내부는 막걸리를 파는 주점이라 하기에는 왠지 어색했다. 고급 위스키나 와인을 내놓을 것 같은 분위기 때문이다. 고객의 대부분은 직장인이나 외국인 관광객. 김 사장은 “취하기 위해 마시는 술이 아닌 술의 향기와 바의 분위기를 즐기는 사람들을 위해 이러한 콘셉트로 구성한 것”이라며 “막걸리가 와인이나 사케처럼 분위기 있게 즐길 수 있는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막걸리는 ‘싸고 서민적인 술’의 대명사였다. 사실 시중에 유통되는 막걸리 대부분은 일본식 개량누럭(입국)을 발효제로 사용해 제조한다. 그렇기에 대량생산은 가능하지만 전통주 고유의 향과 맛이 사라졌다는 게 김 사장의 설명이다. 김 사장은 “술은 기호식품이라 향과 맛을 즐길 수 있어야 하는데 입국 막걸리에는 다양한 균이 존재하지 않아 맛이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면 우리 전통 막걸리는 매우 고급스런 술”이라며 “제조역사가 100년밖에 되지 않는 현재의 입국 막걸리가 아닌, 그 이전 시대의 술 상품을 개발해 경쟁력 있는 술맛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간다면 우리도 와인이나 사케 같은 술 문화를 갖는 데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자희향 매장을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들른다. 김 사장은 “일본으로 수출된 자희향의 향과 맛에 반한 일본인들이 많이 찾는 편”이라며 “일반적인 막걸리와 달리 자희향은 달콤하면서도 입안에 감기는 풍부한 꽃향기가 고급스러움을 더해 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덕수궁길 ‘경향아트홀’ 2층에 자리한 막걸리 바 ‘자희양’의 내부 전경
▲명인이 빚은 국화향 도는 12도의 고급 술

2009년에 첫선을 보인 ‘자희향’은 전통주 명인 박록담 선생과 그의 제자 노영희 씨가 개발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자희향의 상품은 청주(국화주)와 탁주로 나누어진다. 청주는 탁주를 거른 술을 말한다. 기본도수가 12도다. 찹쌀과 물, 누룩만 사용하는데 술에서는 은은한 국화향이 난다. “자연의 재료를 사용해 누룩을 충분히 발효시키면 꽃향기가 난다”는 옛 술제조 비법을 현실화시킨 셈이다.

오래된 문헌에도 등장하는 ‘삼키기도 아깝다’는 뜻을 지닌 석탄향 기법을 응용했다. 국화는 덧술할 때 들어가는데, 은은한 국화향을 잡기까지 꼬박 2년이 걸렸다고 한다. 술을 거르는 데도 기계식 압착기를 사용하지 않고, 대오리로 만든 용수를 술독 속에 질러 넣어 맑게 괸 부분만 떠낸다. 달콤하게 입안에 감기면서 꽃향기에 확 피어오르는 비결은 ‘저온 장기 숙성’에 있다. 김 사장은 “보통 막걸리가 일주일 전후의 발효 과정을 거쳐 시중에 나오는 데 비해 자희향은 무려 3개월의 숙성기간을 거친다”며 “이렇게 긴 시간 숙성되는 막걸리는 자희향 말고는 없다”고 설명했다.

전통기법을 살린 수제품이라 생산량은 적다. 그럼에도 자희향을 통해 잊힌 우리 술 문화를 복원하고 싶다는 김 사장은 “매장을 더욱 확대해 우리 전통문화를 공유하고 체험할 수 있는 전통문화체험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새로운 계획을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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