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아직도 생사 확인이 되지 않는 실종자가 100여 명에 이른다는 점이다. 현재 확인된 사망자가 40명을 넘었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전체 희생자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웃돌 것이라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마치 성냥갑이 엎어지듯 맥없이 무너져 버린 17층짜리 주상복합건물 웨이관진룽(維冠金龍) 빌딩에 주민들이 몰려 있었던 때문이다. 춘제(春節) 연휴를 앞두고 새벽녘에 지진이 일어난 탓에 피해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이런 결과는 그동안 몇 차례 지진으로 건물이 부실 진단을 받았는데도 그대로 둔 경우가 적지 않았던 탓이기도 하다. 과거 대지진으로 인해 일부 파손됐던 건물도 약간 보수만 한 채 그대로 사용해온 경우도 없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의 웨이관진룽 빌딩의 경우에는 부실시공 의혹도 거론된다. 내진설계가 이뤄지지 않았을 뿐더러 무너진 건물 벽면에 빈 깡통이 나란히 채워져 있는 모습이 드러나기도 했다.
오는 5월 취임하는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당선자가 사고 현장을 찾아 “새 정부가 출범하게 되면 건물의 안전규정 강화를 우선적으로 추구하겠다”고 밝힌 것이 그런 때문이다. 대만에 지진이 잦은데도 내진 설계가 미비한 건물들이 적지 않으므로 이에 대해 집중 점검하겠다는 의도다. 현장에서는 라이칭더(賴淸德) 타이난 시장의 지휘 아래 소방대원과 경찰 등 2000여명이 구조작업을 벌이는 중이다. 장산정(張善政) 행정원장도 현장에서 구조대의 식사 조달을 위한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기업들의 모금액은 훨씬 더 크다. 다종(大衆)은행과 위안타(元大)금융이 각각 2000만 대만달러를 냈고, 중화항공과 위엔슝(遠雄)그룹 및 팅신(頂新)그룹이 1000만 대만달러씩 낸 것으로 보도된다. 그중에서도 1억 대만달러를 낸 린룽산(林榮三)문화재단의 통큰 결정이 돋보인다. 야당 성향인 자유시보(自由時報)의 발행인으로 지난해 11월 타계한 린룽산을 기리기 위해 설립된 문화재단이다.
한국 정부도 지진 피해에 대해 구호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타이베이 주재 대표부(대표 조백상)를 통해 지진피해 복구에 필요한 지원과 협조를 아끼지 않겠다는 뜻을 대만 정부에 전달한 데 이어 대만홍십자회(적십자회)에 10만 달러(약 1억2000만원)의 구호금을 전달했다. 타이난시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광주시의 윤장현 시장도 라이칭더 시장에게 위로 서한을 보냈다.
한국은 지난 1999년 9월 대만 중부에 대지진이 닥쳤을 때도 119구조대를 파견해 맹활약을 펼친 바 있다. 그때 위험을 무릅쓰고 매몰자를 구출하는 장면이 현지 텔레비전을 통해 생중계됐고, 그 공로로 대만 정부로부터 ‘활보살(活菩薩)’이라고 새겨진 기념패를 받기도 했다. 이러한 구호활동이 그동안 외교단절로 얼어붙었던 양국 간의 관계개선에도 크게 기여했던 것도 사실이다.
일본의 움직임도 적극적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타이베이 주재 일본교류협회(대표부)를 통해 마잉지우(馬英九) 총통에게 위로의 뜻을 전달한 것부터가 다르다. 일본적십자사를 통해 재해 복구에 100만 달러의 구조금 지원 의사도 밝혔다.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도 “양안 동포는 하나의 가족”이라며 각종 지원을 다짐했다. 중국 홍십자회가 200만 위안(약 3억6000만원)을 기부했으며 구조팀도 파견되었다.
미국무부도 존 커비 대변인의 발표를 통해 “미국 국민을 대신하여 이번 지진 참사에 대해 깊은 위로를 보낸다”고 밝혔다. 하원 아태소위원장인 매트 샐먼 의원을 비롯해 상원의 ‘대만 코커스’ 공동의장인 제임스 인호페, 로버트 메넨데즈 의원 등도 개인적인 위로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타이베이 주재 미국협회(대표부)의 킨 모이 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대만 정부에 위로를 전하고 피해복구 협력을 약속했다. 미국 정부는 50만 달러를 전달했다. / 허영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