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은행들의 `관리`하에 안정권에 버텨줬던 연체율은 고개를 쳐들 태세를 나타내고 있다.
자산건전성 악화 뿐 아니라 대규모 충당금 적립에 따른 수익성 축소를 가져오는 연체율 관리는 올해 은행권의 핵심과제가 될 전망이다.
◇ 대손충당금 급증에 국민·우리 분기적자 전환
2007년 총 2조1706억원이었던 4대 은행들의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는 지난해 5조4494억원으로 1년 만에 두 배를 훌쩍 뛰어넘었다.
대손충당금 부담은 고스란히 실적에 전가됐다. 4분기에만 3조6000억여원을 새로 적립할 정도로 충당금 적립 시기가 집중되면서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분기 실적 적자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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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은행들의 대손충당금 적립규모가 급증한 것은 연체율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키코 손실과 리먼 관련 채권의 손실, 제1차 구조조정 결과 등 일회성 손실의 결과였다.
하나금융지주(086790) 계열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해 쌓은 대손충당금 1조1909억원 가운데 절반 가까운 5612억원이 키코 손실과 1차 구조조정 결과에 따른 것이었다.
◇ 연체율, 지난해까진 무난했으나…
올해 4대 은행들에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을 가할 요인은 연체율이다.
키코 손실과 리먼 채권 손실, 1차 구조조정 결과에 따라 쌓은 대손충당금은 수업료 정도로 끝날 수 있다. 반면 경기침체기에 접어들어 상승 곡선을 타고 있는 연체율 관련 대손충당금은 올 한해 은행 실적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관리가 요구된다.
지난해 실적 결과만 따져봐도 4대 은행들의 대출 연체율이 심상치 않음을 알 수 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4대 은행의 연체율은 크게 문제가 없어 보인다. 우리금융지주(053000) 계열 은행들의 총 연체율 만이 2007년말 0.57%에서 지난해 말 0.92%로 두드러졌을 뿐 나머지 은행들의 연체율은 상승 각도가 미미했다.
KB금융(105560)지주 소속 국민은행과 하나금융지주(086790) 계열 하나은행의 4분기 연체율은 3분기보다 소폭(각각 0.03%포인트, 0.02%포인트) 개선되기도 했다.
문제는 올들어 경기침체의 골이 더욱 깊어지면서 은행 연체율 또한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월말 현재 국내은행들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1.50%로 지난해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자는 "1월에서 2월 40여일 만에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은행별로 0.3~0.8%포인트 추가로 올랐다"고 말했다.
지난해 2분기와 3분기 동안 안정세를 나타냈던 4대 은행들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4분기들어 상승세 타기 시작한 것도 연체율에 비상이 걸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제성장률이 3% 이상이었던 지난해에도 총 연체율이 1%를 넘었
다"며 "마이너스 2~3% 성장 전망이 나오는 올해 연체율은 2%를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 "연체율 관리가 올해 은행권 핵심 과제"
15일 은행 및 금융당국 합동 워크숍에서 시중은행장들은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중소기업 대출 160조원 전액을 만기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은행의 이같은 조치가 연체율을 떨어뜨리는 데는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은행 실무자들은 입을 모았다.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 연체의 경우 원금 상환을 못해서 발생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이 이자를 내지 못해 생기는 것"이라며 "만기 연장이 연체율 관리에 큰 효과를 주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연체율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시중은행들은 실적 관리에 부심하고 있다.
이종휘 우리은행장도 15일 은행 및 금융당국 합동 워크숍에서 "연체율 관리가 올해 은행들의 최대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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