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목숨 위협하는 이케아 서랍장, 판매중단에도 버젓이 판매

11번가·인터파크 등에서 이케아 말름서랍장 판매
돈만 쫓는 기업·방만 업무 국가기술표준원 책임 커
이케아 역시 도의적 책임 피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 등록 2016-10-18 오전 11:02:37

    수정 2016-10-18 오후 11:28:00

[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어린이 사망사고를 일으켜 판매 중단조치된 이케아 말름서랍장이 여전히 온라인에서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의 안일한 후속 관리와 이익만 챙기려는 기업 행태에 소비자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

지난 13일 네이버(035420)를 통해 가구 유통 판매 현황을 본지가 조사, 분석한 결과 11번가와 인터파크(108790) 등 대형 오픈마켓과 소규모 온라인 가구 유통업체 등에서 판매 중단된 말름서랍장이 여전히 팔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터파크에서 팔리고 있었던 이케아 말름서랍장. 해당 제품은 이케아가 자체 검사해 하자가 있다고 판단해 판매중단 한 제품이다. 사진=인터파크 웹페이지 캡처
11번가와 인터파크에서 팔리고 있는 말름서랍장은 6단 7칸 제품으로 지난달 20일 이케아코리아가 자체 검사 결과 위험이 있다고 판단해 전량 리콜 및 판매 중단 조치를 내린 제품이다. 판매 중단 조치를 내린 제품이 한달 가까이 버젓이 팔린 셈이다.

이케아코리아는 지난달 초 국가기술표준원으로부터 말름서랍장 6단 6칸 제품을 포함해 15개 제품에 대해 판매 리콜 및 중단 조치를 받은 후 자체 검사를 통해 15개 제품을 추가로 리콜 및 판매 중단했다.

11번가와 인터파크는 지난 13일 본지가 해당 제품 판매 여부를 확인하자 몇 시간 후에 판매자와 협의해 판매 중단 조치를 내렸다. 11번가와 인터파크에서 팔렸던 말름서랍장은 중국에서 병행수입돼 국내에 유통됐다.

온라인 가구브랜드 마켓비도 국가기술표준원에서 리콜권고를 한 15개 제품 중 12개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이 역시 중국에서 병행수입해 판매하는 상품이었다.

마켓비 역시 이날 본지가 판매여부 확인을 한 이후 판매를 중단했다.

이들 업체는 모두 과실을 인정했다. 11번가 관계자는 “수 많은 물품을 관리하다 보니 MD(판매촉진담당자)가 미처 이케아에서 판매 중단 조치를 내린 것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판매자와 합의해 곧바로 물건 판매를 중단했으며 차후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경쓰겠다”고 말했다.

인터파크 관계자 역시 “판매가 크게 이뤄지지 않은 제품이기 때문에 관리가 소홀했다”며 “국가기술표준원에서 판매중단한 상품 외에 이케아 측에서 판매 중단 조치를 내린 제품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다”고 밝혔다.

마켓비 관계자는 “사전에 논의했지만, 제품 벽고정을 할 경우 안전한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인지한 상태에서 구매를 원하는 고객이 있어 판매중단이 지연되었다. 차후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겠다” 고 전했다.

여전히 온라인에서 유통되고 있는 이케아 말름서랍장. 사진=네이버 캡처
하지만 여전히 온라인에서는 몇몇 유통 회사를 통해 말름서랍장이 판매되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 수입한 말름서랍장은 전도 방지를 위한 벽 고정 서비스와 AS(사후서비스)를 받지 못해 소비자 안전이 더욱 위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케아 말름서랍장이 여전히 온라인을 통해 유통되고 있음에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말름서랍장 판매 중단 조치를 내린 국가기술표준원은 해당 제품에 대한 유통 감시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온라인에서 판매가 되고 있는 제품이 이케아의 말름서랍장인지, 아니면 중국에서 제작된 가짜 상품인지 확인을 한 후 이케아 제품이면 곧바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이케아 말름서랍장을 모방해 만든 제품일 경우 KC(국가통합인증마크)를 획득하지 못한 제품에 대해서는 관련 법으로 제재를 하며 중국에서 생산된 이케아 제품으로 확인될 경우 판매 중단 조치를 내릴 계획이다.

이케아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케아코리아가 직접 판매한 것은 아니지만 하자가 있는 본사 제품이 국내에 버젓이 유통되는 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이케아가 도의적인 책임의식을 가지고 유통업체 등에 제품 취급 금지 요청을 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케아는 “병행수입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 들어오는 이케아 말름서랍장의 판매를 하나 하나 모니터링하기가 물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어떤 루트든 이케아 말름서랍장을 구입한 고객은 이케아코리아를 통해 환불받길 바란다”고 전했다.

판매 중단 조치된 이케아 말름서랍장 5종. 윗줄 가운데 있는 6단 6칸 제품은 국가기술표준원에 의해 판매 중단된 제품이며, 나머지 제품은 이케아코리아 자체 판매 중단을 내린 제품이다. 사진=이케아코리아
아울러 전문가들은 이케아 말름서랍장이 어린이 사망사고 발생으로 인해 판매 중단됐다는 대대적인 보도에도 불구하고 ‘나는 괜찮겠지’라는 안전 불감증을 가지고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자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하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서도 ‘설마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 나겠어’라는 생각을 가지고 물건을 구매하는 경우가 있다”며 “수준 높은 소비 문화가 수준 높은 제품 생산에도 이어진다는 것을 염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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