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헌철 SK에너지 부회장은 18일 "환율 유가가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가운데 설비를 돌리면 돌릴 수록 손해"라면서 "고도화 설비 증설에 필요한 리액터 가격까지 2배이상 올라 현재 발주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18일 서울 역삼동 리치칼튼 호텔에서 열린 '제5차 에너지산업 해외진출협의회'에서 기자와 만나 이 같이 밝혔다.
그는 또 "중동 정유공장에서도 투자가 다 연기되거나 취소됐다"면서 투자를 섣불리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상유전`으로 불리는 고도화 설비의 핵심 부품인 리액터(반응로)는 고유가로 인해 36~40개월 이상 주문이 밀려있는 등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SK에너지가 정제마진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도화 설비를 늘려야 하지만 대외상황이 워낙 `안개속`이라 이 마저도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고도화 설비는 생산원가 이하로 팔리는 값싼 벙커C유를 휘발유나 경유 등 고부가가치의 경질유로 바꾸는 시설로, 국내 정유업체들이 원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증설에 주력하고 있다.
SK에너지는 현재 단순정제(상압정제)에서 배럴당 2~3달러씩의 역마진이 발생해 현재까지 누적 손실폭이 커지고 있다.
반면 국내 정유 4사 가운데 SK에너지의 고도화 설비율은 9%미만으로 가장 낮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SK에너지도 고도화 설비율을 2011~2012년 사이 20%대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신규투자마저 보류할 정도의 상황으로 진단하고 있는 것이다.
신 부회장은 또 중국 시노펙사와 후베이성 우한시에 NCC(나프타분해설비)를 세우는 것과 관련해서는 시간이 좀더 지연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 부회장은 "개별 업체가 추진한다하더라도 후진타오체제의 국가경제이기 때문에 (중국)정부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면서 "중국 정부가 최근 여러가지 문제로 정신이 있겠냐"고 반문했다.
이라크 중앙 정부의 잘랄 탈라바니(Jalal Talabani) 대통령 방문을 계기로 이라크 원유 공급 중단 조치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정부차원에서 추진하는 일이라서 어떻게 될지 알수 없다"며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했다.
이라크 중앙정부는 쿠르드 자치정부와 유전개발 문제를 시비삼아 지난 2월 SK에너지에 원유공급 중단 조치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