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후발업체 백기투항 칼 뽑았나"

공급과잉상태에서 생산량 설비투자 확대키로
적자에 시달리는 대만 등 후발업체들 부담커질 듯
삼성전자 '원가경쟁력' 무기로 칼 빼들었다는 분석도

  • 등록 2007-10-12 오후 5:19:17

    수정 2007-10-13 오후 1:29:54

[이데일리 지영한기자] 세계 메모리반도체 최강자인 삼성전자가 후발업체들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공급과잉 논란속에 수급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생산량과 설비투자를 공세적으로 늘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005930)는 12일 올 3분기 실적발표를 겸한 기업설명회(IR)에서 4분기중에는 D램 출하량을 20% 후반, 낸드플래시 출하량을 30% 후반까지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여기에다 올해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계획된 설비투자를 위한 자본지출(CAPEX)를 당초 4조8000억원에서 6조2000억원으로 1조4000억원 늘리기로 했다. 미국 오스틴공장 투자분 1조원을 더할 경우 삼성의 메모리분야 올해 투자는 7조2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경쟁사들의 입장에선 '비상'이 걸렸다. 반도체가격이 가뜩이나 '공급과잉'으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을 선도하는 삼성전자가 생산을 늘리고, 증산을 위한 투자까지 확대하기로 해 큰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게 됐다.

D램 업계의 대표적인 후발업체인 파워칩, 프로모스, 난야 등 대만 D램 3인반의 경우 '과잉공급'이 초래한 D램 가격급락으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파워칩의 경우엔 지난 9월 매출이 전년과 전월대비 55%와 30%나 급감했다.

지난 3분기중에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출하량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D램의 비트 그로스(Bit Growth : 출하량을 비트로 환산해 계산한 성장률)가 9%에 그쳤고, 낸드플래시 역시 한자릿수에 머물렀다. 삼성전자가 반도체를 많이 만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는4분기에는 생산량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누가봐도 '과잉공급'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설비투자비를 당초 계획보다 큰 폭으로 증액시켰다.

이는 대만을 중심으로 한 D램 후발업체나,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1위 자리를 호시탐탐 넘보는 도시바 등 경쟁사들에겐 마치 삼성전자가 '칼'을 빼고 달려드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이와 관련, 주우식 삼성전자 부사장은 "시장의 움직임은 단기적이고, 회사는 장기적으로 움직인다"고 밝혔다. 단기적인 수급상황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최종 승자가 되기 위한 경쟁력 확보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당초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설비투자를 조금 줄일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물론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대만 업체들로선 삼성전자가 한발짝 물러나주기를 간절히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반대의 결정을 내렸다. 생산을 늘리고 투자를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3분기 대폭적인 원가절감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후발사들을 더욱 밀어부쳐 항복을 받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이승우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삼성전자가 3분기에 '원가절감'을 위해 워낙 많이 쥐어짠 상태이기 때문에 3~6개월 단기적으론 그리 만만찮은 상황이 아니다"며 다만 "삼성전자는 3분기에서 보듯 저력이 있고, 장기적으로도 경쟁력 있는 회사로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후발사들의 대응이 주목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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