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 상반기 선보이는 인터넷전문은행이 몰고 올 새로운 풍경들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을 계기로 국내 은행산업은 물론 금융소비자들도 상당한 변화를 겪게 될 전망이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덩치가 큰 은행들이다. 지금은 동네마다 갖추고 있는 은행 점포를 무기로 기존 고객을 붙잡고 있지만 핀테크(IT+금융)를 앞세운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전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기 시작하면 균형추가 언제든지 한쪽으로 쏠릴 수 있어서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전문은행의 출현으로 ‘뱅크’없는 ‘뱅킹’시대가 도래한다는 얘기다.
스마트폰을 통한 원스톱 금융서비스
인터넷은행의 가장 큰 매력은 서비스 혁신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 원동력은 낮은 비용 구조에 있다. 계좌 개설을 비롯한 모든 업무를 인터넷으로 하기 때문에 기존 은행처럼 전국에 지점을 두고 많은 직원을 둘 이유가 없다. 인터넷 은행으로선 비용 절감을 통해 금리·수수료를 낮춰주는 건 기본이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은행이 제공할 수 없는 특화한 서비스도 선보일 수 있다. 반면 이 같은 기능을 갖추지 못하면 이름만 인터넷 은행으로 전락해 도태될 수도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성패가 기존 은행과는 어떤 차별화된 서비스를 갖추었는지에 달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영환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출현이 지금의 금융산업을 변화시키는 촉매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KT가 주도한 K뱅크는 ‘언제 어디서나 편리한 뱅킹 서비스’를 내세웠다. 계좌번호가 없어도 휴대폰 번호만 알면 돈을 송금할 수 있고 이메일 기반의 송금 서비스도 내놓는다. 여기에 K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GS25 편의점 채널을 활용해 오프라인에서도 금융상품 가입, 대출과 같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KG이니시스를 통해 온라인상에서의 간편결제도 더욱 원활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금리 신용대출 시장 열린다
정부는 새로 출범하는 인터넷은행이 기존 은행산업 판을 흔드는 ‘메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도규상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은 “새로운 경쟁자와 차별화된 사업모델이 출현해 은행 간 경쟁을 촉진해 기존 은행의 인터넷뱅킹 서비스 개선노력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장 인터넷전문은행이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기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오정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은행과 어떤 차별성을 보여줄지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인터넷 은행의 성패는 결국 혁신에 달려 있다”며 “1호 인터넷 은행이 잘 자리 잡아야 은산분리 완화 방안도 비교적 수월하게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