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암병원 폐암센터 장세진(병리과), 김형렬(흉부외과) 교수, 한양대학교 의대 공구 교수, 서울대 자연과학대 백대현 교수 등으로 이뤄진 공동 연구팀은 서울아산병원에서 근치적 폐절제술을 받은 폐선암 환자 247명의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RB 유전자 돌연변이가 수술 후 조기 폐암의 재발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폐암은 조기 발견이 어렵고 재발률도 높기 때문에 암으로 사망한 사람 5명 중 1명이 폐암 환자일 정도로 국내 암 사망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에는 폐암 중 비소세포폐암 특히 폐의 선(腺)세포에 생기는 선암의 발병률이 꾸준히 늘어나 폐선암은 국내 폐암 환자 중 40% 가까이를 차지하며 가장 흔한 폐암으로 알려져 있다.
조기 폐선암의 경우 최상의 치료는 수술로 알려져 있지만 1기라 할지라도 10∼20%는 수술 후 재발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폐선암 재발을 예측할 수 있는 특정 바이오마커 특히 유전자마커는 밝혀진 바 없어, 이번 발견으로 폐선암 재발 예측과 표적 약물치료 등 폐선암의 맞춤형 치료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될 전망이다.
연구팀은 폐선암 1기 157명, 2기 44명, 3기 40명, 4기 6명 등 총 247명 환자에서 얻은 각각의 폐암 조직과 정상 폐 조직을 대상으로 차세대 유전체 검사법인 전체 엑솜 염기서열 분석법(Whole Exome Sequencing, WES)을 이용해 유전체 모두를 동시에 비교 분석했다.
특히 조기 폐선암 환자군(1 · 2기)에서 5년 재발률을 비교했을 때, RB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견된 환자군(전체 환자군의 5.9%)이 그렇지 않은 환자군에 비해 수술 후 재발률이 유의하게 높다는 결과가 확인됐다.
RB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있는 환자가 재발 없이 지낼 확률은 20%로 RB유전자 변이가 없는 환자의 1/3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돼, RB 유전자 변이가 조기 폐선암 수술 후 환자의 생존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진 것이다.
RB 유전자의 변이는 망막아세포종, 난소 상피암, 신경내분비암종 등 다른 암종에서 중요한 유전자로 알려져 왔지만, 재발률과 생존률 등 환자의 임상 정보와 연관성을 보이거나 유전체 분석법을 이용하여 폐암의 유전자 돌연변이(driver mutation) 후보군으로 제시된 것은 이번 연구가 처음이다.
연구팀은 한국인의 유전자 변이가 그간 알려진 타 인종의 유전자 변이와 다른 점을 파악해 서양인의 폐선암종 유전체 분석 결과를 한국인에 직접 적용할 수 없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암세포 분화 및 성장의 촉진과 관련 있는 EGFR 유전자 변이는 폐암 표적치료제의 대표적 표지다. EGFR 유전자 변이는 서양인에게는 15% 이하에서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한국인에서의 발현은 42%인 것을 확인해 인종 간 뚜렷한 차이를 알 수 있었다.
이와 함께 COL11A1, CENPF, SLIT2 등 새로 발견한 암 관련 유전자 16개도 새롭게 보고하여 한국인 폐암 치료의 전기를 마련할 후속연구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서울아산병원 암병원 폐암센터 김형렬 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해 “RB유전자군의 변이 검사를 통해 폐암 수술 후 재발을 예측할 수 있음을 새롭게 밝혔고, 조기 폐암환자의 수술 후 재발 방지를 위한 예방적 치료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