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삼양(이차전지·전기차·태양광) 정책을 통해 기술 발전에 효과를 본 중국이 이번에는 수소 굴기에 관심을 두고 있다. 수소에너지 개발이 아직 본격화하지 않은 다른 나라와 달리 이미 중국은 수소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중국이 수소 개발에서 앞설수록 표준 제정 등 국제사회에서도 선도적 위치를 점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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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화 생산 설비 갖춰, 수율도 개선
이달 중순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지아딩 산업단지 일원의 수소 관련 기업인 리파이어그룹, 상하이수소추진기술(SHPT), 상하이지핑신에너지(지핑), 충야파워테크놀로지(충야)를 방문했다.
이중 리파이어는 중국 수소연료전지 방면의 1위 기업이다. 현재 5000대 이상의 수소전기차와 고정식 전력 장치, 슈퍼 차저, 전해장치에 매일 전력을 공급 중이다.
리파이어 관계자는 “아시아는 물론 북미, 유럽 등 전세계에 진출해 무공해 수소 기술을 상용화하고 있다”며 “하루 총 차량 주행 거리는 1억6000만km가 넘는다”고 밝혔다.
회사 내에선 버스, 대형 트럭, 상용차, 승용차 등 여러 차종에 적용 가능한 다양한 형태의 수소연료전지가 놓여있었다. 탐방에 동행한 유럽계 투자은행 관계자들도 수소연료전지의 구동 방식과 적용 범위 등에 대해 물어보면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공장에서는 수소연료전지의 핵심 부품인 스택 생산에 한창이었다. 스택에는 기체확산층(GDL) 등의 부품이 들어가는데 자동화 시스템을 적용해 24시간 생산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하나의 기계에서 연간 6000개씩의 스택 생산이 가능하다.
현장 관계자는 “롤투롤 생산 방식(롤 형태로 제품을 생산하는 것)으로 끊기지 않고 촉매제를 만드는 것이 우리 경쟁력 중 하나”라며 “전체 생산능력(CAPA)을 가동하진 않지만 현재 수율은 98%로 정도로 우수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지핑은 중국 최초로 수소에너지·연료전지 촉매의 대량 생산에 성공한 기업이다. 다양한 촉매 제품의 연구개발(R&D)과 생산을 진행한다. 중국에서 수소에너지 개발을 본격화하면서 수소 촉매의 수요도 높아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지핑 관계자는 “수소 촉매 시장은 낙관적으로 봤을 때 2030년 586억위안(약 11조1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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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투자·혁신하라는 정부, 사업성 고민
중국 기업들이 수소에너지 개발에 뛰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중국 정부가 수소 굴기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탐방에 함께 한 왕쥐 국제수소연료전지협회(IHCFA) 사무총장은 “올해 4월 제14차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제9차 회의에 제출된 중화인민공화국 에너지법은 석유, 석탄, 천연가스와 함께 수소를 에너지로 공식 포함했다”며 “이는 중국 에너지 시스템에서 수소 역할에 대한 법적 기반을 확립하고 시장에 투자·혁신을 유치하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질적으로는 전기에너지에 비해 효율이 더 우수하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SHPT 관계자에 따르면 회사의 수소연료에너지로 작동하는 자동차에 수소를 6~7분만 충전하면 640km 가량을 주행할 수 있다. 전기차와 비교할 때 충전 속도는 더 빠르고 최대 주행 거리는 더 긴 편이다.
수소에너지에 제기되는 안전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하 45도에서 영상 85도까지 운행 가능한지 테스트를 실시하기도 한다.
인프라 마련도 속도를 내고 있다. IHCFA에 따르면 작년말까지 전국에 설치된 수소충전소(HRS)는 428개다. 전세계에 설치된 HRS는 약 1000개 인데 중국이 전세계 1위 수준이다.
다만 정부 주도로 개발을 추진하는 초기 단계여서 사업성이 높지 않은 점은 문제로 지목된다. 수소를 대량 생산·소비하는 생태계가 형성되지 않아 단가 자체가 높다는 것이다.
현재 상하이에서 수소에너지 충전 가격은 1kg당 35위안(약 6651원)인데 주행 거리 등 효율까지 감안할 때 전기에너지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리파이어 관계자는 “kg당 수소에너지 충전 가격이 30% 정도 낮은 25위안(약 4751원) 이하로 내려가야 가격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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