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의 최근 주가 상승 배경은 배당락(29일)이 다가오면서 결산배당을 받기 위한 수요가 몰리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고 이건희 회장 주식분에 대한 상속세가 11조388억원으로 확정된 뒤 ‘상속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계열사 배당을 확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회장 유족들이 상속세를 5년간 분할납부할 것으로 가정할 경우 매년 2조원 가량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그룹 계열사 주식은 삼성전자 2억4927만주(지분율 4.18%), 삼성전자우 61만주(0.08%), 삼성생명 4151만주(20.76%), 삼성물산 542만주(2.88%), 삼성SDS 9701주(0.01%) 등이다.
삼성전자에 이어 고 이 회장의 지분이 많은 삼성생명 배당도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삼성생명의 총수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0.82%다. 앞서 삼성생명은 지난해 주주환원정책을 밝히면서 3년간 배당성향을 50%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도 “올해도 지난해보다 배당 성향을 높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삼성생명의 배당성향은 지난 2018년 30%에서 2019년 37%로 늘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2650원으로, 총 4760억원을 배당했다. 증권업계는 올해 배당성향이 40%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삼성생명은 “이사회가 열릴 때까지는 배당금 규모나 성향 등을 확정해 밝힐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편에서는 삼성생명의 배당성향 확대치가 올해는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제조업과 다르게 보험사 상품은 소비자의 보험료로 이뤄져 급격하게 배당을 확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사에 대해 배당 자체 요청을 강하게 권고한 것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설명이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도 “금융사, 보험사의 경우 제조업처럼 현금흐름만 보면 안 된다. 보유하고 있는 게 다 현금이라 현금흐름만 보고 배당이 가능할 것이라고 계산하는 건 오산”이라며 “보험사는 유동성 비율, 자회사 출자 한도, 지급여력비율(RBC) 등은 기본이고, 곧 시행될 신회계제도(IFRS17)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 권고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금융당국의 배당자체 요청은 코로나19 영향도 있겠지만, 보험사들이 IFRS17을 앞두고 있으니 미루라고 한 거로 해석한다”며 “상속세 몇천억 때문에 경영을 흔들 수 있는 무리한 배당을 결정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