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이런 사태까지 생겼다는 게 유감스럽다.” 박장렬 서울연극협회 회장이 최근 불거진 예술 검열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박 회장은 30일 이데일리와의 전화통화에서 “협회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대응을 할 지 여부는 현재 논의 중”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박 회장은 “연극은 정해진 형식이 없고 가장 자유로운 예술”이라며 “음향 장비를 사용하든 무엇을 하던 간에 연극을 하는 예술가가 전적으로 결정을 해야 할 일이지 누군가가 종용할 일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앞서 국립국악원은 내달 6일 풍류사랑방에서 열리는 ‘금요공감’에서 박근형 연극연출가를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며 ‘예술 검열’ 논란에 휩싸였다. 박 연출은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연출가 중 한명으로 2013년 박근혜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풍자를 담은 연극 ‘개구리’를 선보였고 이 때문에 각종 지원 대상에서 배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공연을 하기로 했던 ‘앙상블시나위’는 이번 공연에서 박 연출이 대표로 있는 ‘극단 골목길’의 연극과 협업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국립국악원은 지난 24일 ‘앙상블 시나위’에 연극은 빼고 음악 연주 중심으로 변경하라고 요구했다. ‘앙상블 시나위’가 이를 거부하자 국립국악원이 이날 공연을 다른 프로그램으로 대체했다는 것이다.
정영두 안무가가 사태의 전말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하며 논란이 일자 국립국악원은 “자연음향을 사용하는 공간의 특성상 연극의 경우 대사 전달, 조명 효과 등의 미흡으로 인해 완성도 높은 공연을 선보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특정 연출가를 겨냥한 탄압이나 예술 검열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공연장의 특성에 가장 적합한 프로그램을 제작·협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연극인들은 현 정부의 예술 검열과 예술인 탄압에 맞서 ‘15분 피켓 릴레이 시위’에 나서는 등 이번 사태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