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FTAAP로 경제 주도권 확보 노력
시 주석은 보호무역 반대를 천명하고 중국 주도의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를 대안으로 꺼내들며 향후 미중 간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예고했다.
시 주석은 19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경제의 글로벌화는 모든 당사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반대와 함께 FTAAP 조기 설립을 촉구했다.
트럼프 당선 이후 세계무역질서 재편을 놓고 각국이 숨죽이며 나름의 셈법을 구상 중인 가운데 중국이 트럼프 새 정부와 다른 길을 가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이다. 중국은 향후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항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경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을 본격 전개해 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하는 트럼프 당선인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를 폐기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중국 주도의 FTAAP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구축이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APEC 회원국 전체가 참여하는 경제통합 모델인 FTAAP는 지난 2014년부터 중국 주도로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해 현재 전략적 공동연구를 완료한 상태다.
오바마 “최악의 상황 가정 말라”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해외 순방지인 페루에서 트럼프 집권 이후 무역 마찰 등을 우려하는 국가들을 달래기에 적극 나섰다.
그는 APEC 정상회의 부대 행사에서 “최악의 상황일 것이라고 미리 짐작하지 말라”며 “새 행정부가 들어서고 정책을 내놓을 때까지 기다려주기 바란다”고 언급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유세하는 것과 실제로 정책을 펼치는 것은 항상 같지는 않다”며 트럼프 당선인이 유세 기간의 공약을 그대로 이행하지 않을 수 있다고도 시사했다.
푸틴, 높아진 몸값..내년 5월 방중
트럼프 당선인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각국의 러브콜을 받으며 높아진 몸값을 실감했다.
우선 국제질서 재편에 나서고 있는 중국이 강력한 동맹 전선을 펼치기 위해 러시아에 협조 요청을 했다. 시 주석은 APEC 정상회의와 별도로 푸틴 대통령과 만나 FTAAP 설립을 위해 중국과 러시아가 함께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의 초청을 받아 내년 5월 중국을 공식 방문하기로 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간 경제협력 확대 및 평화조약 체결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아베 총리는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기존 합의한 러시아와의 8개항에 걸친 경제협력 방안을 구체적으로 진척시키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에 대한 반감을 강하게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에 등을 돌리고 러시아·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두테르테 대통령은“ 최근에 많은 서방국가가 작은 국가들을 괴롭히는 것을 봤다”며 미국을 비판했다.
이번 APEC 정상회의는 ‘질적 성장과 인간 개발’을 주제로 세계 경제 저성장과 보호무역주의 확산, 기후 변화에 따른 식량 안보 문제 등의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황교안 국무총리가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 참석했다. APEC 정상회의에 대통령 대신 총리가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