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삼성 카메라사업 이대로 접나

  • 등록 2015-11-27 오전 10:56:57

    수정 2015-11-27 오전 10:56:57

[이데일리 장종원 기자] 카메라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삼성 NX500, NX1은 명기(名器)로 통한다. 이 제품들은 화질과 색감, 동영상에 가성비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제 삼성 카메라가 일본 브랜드와 정면으로 붙어볼 만하다”는 찬사가 나온다.

하지만 커뮤니티의 공기는 무겁기만 하다. 삼성전자의 카메라 사업 중단 혹은 철수설이 어느 때보다 강하게 대두 되고 있어서다. 삼성이 독일 카메라 시장에서 철수한다는 외신, 삼성이 조만간 카메라 사업 중단을 공식화할 것이라는 해외 유명블로거 등의 글이 공유되며 의심이 확신으로 변하고 있다.

카메라 사업에 대한 심상치 않은 분위기는 지난해부터 감지됐다. 삼성전자가 조직 개편을 통해 디지털이미징 사업부를 무선사업부 내 무선이미징사업팀으로 바꾸면서 사업 축소 가능성이 제기됐다. 올해 보급형 라인업 NX3000 후속모델 미출시, 개점휴업 상태인 삼성카메라 홈페이지(www.samsungcamera.com) 등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한계에 부딪힌 사업을 신속히 정리하고 미래 성장동력에 집중하는 삼성의 일련의 사업재편 과정을 살펴보더라도 카메라 사업의 중단은 예상 가능하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카메라 사업 철수는 아니라면서도 “내년 카메라 신제품 출시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카메라 업계에서는 사업 중단과 철수를 같은 의미로 받아들인다. 업계 관계자는 “카메라는 지속적인 바디·렌즈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보수적인 특성이 있다”면서 “(삼성이) 사업 중단 후 재개하려면 더 큰 리스크를 떠 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카메라 사업 도전기는 1979년 삼성정밀이 미놀타와 기술 제휴를 통해 내놓은 ‘하이매틱-S’가 시작이었다. 이후 ‘케녹스’ ‘블루(VLUU)’ ‘NX’ 등의 시리즈를 내놓으며 국산 카메라의 명맥을 이어나갔다. 일본 브랜드들이 장악한 글로벌 카메라 시장에서 독자적인 기술력, 노하우, 브랜드로 경쟁한 제품은 삼성이 거의 유일했다.

저서장 시대에 기업의 사업재편은 당연한 생존전략이다. 기업이 한순간 방심하면 끝 모를 나락으로 떨어지는 시대가 됐으니깐. 하지만 30년 넘게 명맥을 이어온 삼성 카메라가 역사 속 제품으로 남을지 모른다는 사실은 아쉽다. 카메라는 추억을 담는 제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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