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ENS 협력업체 대출 제안, 우리은행이 거절했던 까닭은

  • 등록 2014-02-13 오후 1:21:37

    수정 2014-02-13 오후 2:35:39

[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KT ENS 협력업체들의 사기대출로 1624억원(잔액 기준) 규모의 대출금 회수가 불투명한 하나은행이 과거 우리은행에 신디케이션론 형태의 대주단 구성을 제안했었지만, 우리은행이 거절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KT ENS 협력업체들의 매출비중이 KT에 집중돼 있어 자칫 회사가 경영난에 처했을 경우 대출금 회수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12년 KT ENS 협력업체들이 하나은행에 휴대폰 단말기 매출을 담보로 한 구조화여신(SPC를 구성해서 대출을 받는 구조)을 요청할 당시 하나은행이 우리은행에 신디케이션론 형태의 대주단 구성을 제안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농협은행(주선은행)이 국민은행(참여은행)과 함께 대주단을 구성해 KT ENS의 협력업체들이 구성한 SPC에 대출을 해준 구조와 같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KT ENS 협력업체들이 휴대폰 매출 의존도가 높은데다, 매출비중이 모회사인 KT에 집중돼 있다는 이유로 대주단 참여를 거절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당시 하나은행이 대주단 참여를 제안했지만, KT ENS 협력업체들의 매출구조상 대외변수가 많아 자칫 경영이 악화될 경우 대출금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며 “이에 모회사인 KT의 지급보증서를 요청했지만, KT ENS 협력업체들이 이를 거절해 대주단에 합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우리은행이 대주단 참여를 거절하자, 하나은행은 단독으로 대출을 실행하게 된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하나은행뿐만 아니라 농협은행, 국민은행 등의 여신심사 과정에서 누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출 과정에서 다른 은행의 동향만 파악했더라면 이번 사기 사건을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각 은행마다 여신 실행에 따른 심사·실행 과정 등이 다르지만, 다른 은행에서 거절된 여신심사건은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다”며 “이번 KT ENS 협력업체들의 사기 대출에 휘말린 은행들은 영업실적을 우선 순위로 정하고 대출을 취급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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