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상건 정병묵 기자]
직장인 김모 씨(28세·남)는 지난해 말 술자리에서 애지중지하던 아이폰 4S를 분실했다. 휴대폰 보험에 가입해 다행이라고 생각한 김모 씨는 분실 신청을 한 뒤 아이폰을 보상받을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3개월이 지나도록 통신사에서는 “아이폰의 재고가 없어 구하고 있는 중”이라며 “기다려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결국, 기다리다 지친 김모 씨는 아이폰을 받는 것을 포기하고 국내 제조사의 휴대폰을 새롭게 구매했다.
매달 보험료를 꼬박꼬박 냈지만, 분실 때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유명무실한 휴대폰 보험이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아이폰은 이동통신사(이하 이통사)가 구형 모델 물량 부족 부족을 이유로 사실상 보상을 해 주지 않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김모 씨는 26일 “경기가 어려워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데도 비싼 휴대폰 값 때문에 1년간 월 4000원씩 보험료를 냈다”며 “최소한 가입 전에 설명이라도 해줬으면 보험 가입을 고려했을 텐데 쓸데없이 돈 만 날린 것 같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차라리 해당 모델이 단종됐으면 다른 휴대폰으로라도 교환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애플이 아이폰4 이후 모델(4·4S·5)을 정상 판매 중이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휴대폰 보험의 사각지대에서 피해를 보는 이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 *왼쪽부터 차례로 아이폰 5, 4S, 4. |
|
휴대폰 대리점의 한 관계자는 “휴대폰 보험의 약관을 보면 같은 기종으로밖에 교환이 안 되지만, 단종된 휴대폰은 다른 휴대폰으로 교환할 수 있다”며 “하지만 아이폰4 이후 모델은 단종되지 않아 다른 휴대폰으로 교환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소비자 입장에선 분실을 보상하는 보험에 가입했는데도 해당 대리점에서 아이폰 재고를 구할 때까지 마냥 기다리거나 아니면 초기 불량이 난 것을 고친 리퍼폰으로 교환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통사들은 휴대폰을 분실한 이용자들에게 보상해 줄 기기가 없어 힘들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아이폰4와 4S 물량이 부족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 주력 제품인 아이폰 5는 물량이 많아 분실 때 어렵지 않게 보상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통사들이 LTE 기능을 탑재한 아이폰 5를 주력 모델로 내세우며 3G모델인 아이폰4와 4S의 공급을 일부러 줄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애플코리아 관계자는 “아이폰 3GS까지만 단종이 됐고 이후 아이폰 4와 4S·5는 현재 판매 중”이라며 “해당 보험은 이통사의 업무 영역이어서 뭐라고 할 말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